책소개
<출근 정지>는 출근 정지를 통고받은 노동자들이 아무헌 항의를 하지 못하다가 공장에서 일어난 탱크 폭발사건을 계기로 단체행동을 벌인다는 이야기이다. 작품의 실제 배경이 된 1931년에는 세계 대공황이 식민지에도 닥쳐왔고 이에 따라 자본가들은 그 부담을 공장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기 위해 500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에게 출근 정지를 통고한다.
불경기를 핑계로 ‘병이 있는 직공’ ‘말마디나 하는 직공’ ‘글자나 보는 직공’을 해고하고 대신 거리에 흘러넘치는 실업자들을 고용함으로써 이익을 얻으려 한 것이다. 그런 출근 정지 통고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노동자들은 공장의 탱크가 폭발하는 사고로 노동자들이 여러 명 죽게 되자 격분하여 출근 정지에 항의하고 노동자 가족의 생계를 보장하라는 단체 행동을 벌이는 것으로 이 작품은 끝난다.
이 작품은 산업합리화와 이에 따른 해고라는 식민지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모순을 산업재해라는 도동자들의 구체적인 문제를 매개로 반영하고자 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특정한 주인공이 없고 전위의 지도도 없이 진행되는 노동자 집단의 자연발생적인 행동은 노동현실의 자연주의적인 묘사를 넘어서지 못하였다. 이는 <여공>이나 <오후3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저자소개
본명은 순익. 함흥고보를 졸업한 후 1927년 흥남질소비료공장의 현장노동자로 취직하여 공장 친목회 사건으로 피검되기까지 3년간 일했다. 1930년 이후에는 장진강 수전 공사장에서 일했다. 1945년에 조성프롤레타리아문학동맹에 가담하였고, 월북한 후에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과 조선작가 동맹 부위원장을 역임하였다.
이북명은 공장체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창작하여 최초늬 노동자 작가로 불리게 된다. 1932년 『조선일보』에 「질소비료공장」을 연재했으나 2회만에 중단되었으며, 실제 등단작은 1932년 『신계단』에 재수록된 「기초공사장」이다. 이북명의 소설은 「답싸리」를 기점으로 전.후기로 나눌 수 있다. 전기에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민중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한 노동소설들을 주로 발표하였는데, 이전의 노동소설이 갖고 있던 추상성과 도식성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기에는 인정과 세태의 인간적인 측면을 그리면서 건강한 생명력과 웃음을 잃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사회적 모순을 역동적으로 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였다. 전기에 발표된 소설에서 뚜렷이 드러나는 그의 소설적 특징은 현장 체험에 의한 공장의 구체적 배경 제시, 절박한 가정 경제의 참상 강조, 투쟁의 경제적, 상황적 필연성 제시, 구체적 삶의 전형 창조, 전체 민중 속에서의 노동자 위상 설정, 인물의 유형화와 대국적 전망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전기에 속하는 대표작으로는 「질소비료공장」, 「기초공사장」,「암모니아 탱크」,「출근정지」,「여공」,「정반」,「오전 세시」,「공장가」,「만보의 생활표」등이 있으며, 후기에 속하는 대표작으로는 「아들」,「칠성암」,「야회」,「화전민」,「빙원」등이 있다. 또한 평론「사실주의 절대기술」, 「주체의 적극성 기타」,「공장문학과 농민문학」,「문학건설에 자할 신제창」,「자기비판과 소설의 순수성 파악」등을 발표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