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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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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아웃사이더

저자
허근욱 저
출판사
타임비
출판일
2013-09-25
등록일
2014-01-24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1MB
공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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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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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나는 러시아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를 가장 숭앙하고 있다. 인간 실존의 심연(深淵)을 파헤쳐 탐구하며, 진실로 참되게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 매료되었던 18세 때부터 지금까지, 그 만분의 일이나마 터득하려고 꾸준히 수련해왔다.
도스토예프스키는 1880년 8월 30일 작가의 일기 속에서, 모든 인류를 집어 삼키는 거대한 종국적인 정치전쟁이 금세기 아니면 10년안에 폭발하리라고 예언했다.
그의 예언은 20세기 초에 현실화되어, 세계지배를 노리는 열강의 세계전쟁이 폭발했다.
그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그 세계전쟁에 뛰어들었던 일제가 패망하고 그 여파(餘波)로 우리나라는 미국과 소련에 의해 남과 북으로 분할이 되었다.
그리고 체제가 다른 국가대결체제로 돌입하면서, 세계적인 냉전(冷戰)의 축소판이 된 사생아처럼, 같은 민족끼리 원수처럼 싸우는, 그 민족비극이 끝나지 않고 이어져오고 있다.
강대국인 미국이 한반도 분할의 38선을 제안했고, 소련이 이를 수락함으로써 탄생된 남과 북의 정치체제는 극과 극으로 대결된 새로운 산물이었다.
여러 가지 통일의 형태나 시도가 거론되고 있지만, 그 밑바탕에 깔린 증오의 칼을 평화로 전환시키지 않는 한 통일에의 염원은 너무나 아득하기만 하다.
나는 통일에 대해서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독립에의 의지가 세계적인 외세(外勢)에 휘둘려왔듯이, 또한 통일에의 의지도 외세에 휘둘리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 당사자인 남과 북의 권력 실세들이, 진정으로 민족사적인 민족적 입장에 선 양심과 지혜와 용기를 가지고 슬기로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한, 통일의 그날은 요원할 것이다.
2010년으로 접어들면서 인생의 만년으로 접어든 나는, 어느날 이제는 절필(絶筆)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조(前兆)에 떠밀리우듯이, 책이며 아버님의 친필과 자료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젠 종말만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이상과 꿈, 그 모든 것은 찰나일 뿐, 앞날은 허무(虛無), 그 아득한 시간 뿐이다.」
나는 담담한 마음으로, 정치 역사 서적들을 고려대학 민족문화연구원에 택배로 기증했고, 며칠 후 낯선 고려대학 박물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물관장의 함자도 전혀 모르는 가운데, 전화로 막연히 연락을 취했던 나로서는 무형의 어떤 힘에 떠밀리어 마지막 길로 접어든 것 같은 서두름으로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저어 저는 작가 허근욱입니다. 실례지만 박물관장님이 어느 분이신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을까요?”
“아 바로 제가 박물관장입니다.”
이렇게 나는 고려대학교 사학과 교수인 민경현(閔庚鉉) 박물관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아버님 친필과 자료를 박물관에 기증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어느날 박물관장님은 조용히 나에게 권했다.
“지나온 발자취를 한번 회고하는 글을 쓰시도록 하시지요.”
순간 나는 절필하려고 까지 생각했던 시점에서, 그러한 진지한 권유를 받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네 쓰겠어요.”
“한 1년은 걸리겠지요?”
나는 책상에 앉아 텅 빈 원고용지를 앞에 놓고 묵상에 잠기곤 했다.
아주 오랜 시간 거의 한 달 가까이, 나는 불가사의한 환상의 세계를 몽유(夢遊)하면서, 시공을 초월한 감성의 표상(表象)에 함몰해갔다.
하늘 가득히, 연보라색 안개가 자욱히 퍼지는 안개 사이로 우련히 하강(下降)해오는, 그 불가사의한 환상은 꼭 내가 글을 쓰는 오른 팔 옆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나의 심장은 뛰었다. 마치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듯이, 가슴이 벅차게 설레이면서 정열이 고조되어갔다.
깊은 산곡(山谷) 호수가에 일렁이는 물결처럼 아스라한 신비로움으로, 때로는 용솟음치는 파도처럼 격렬한 기폭으로, 내 생명과 영혼을 휘감아오는 그 고조된 감동을 안으며 나는 만년필을 쥐었다.
어떤 눈에 보이지않는 힘의 자석(磁石)에 흡인된 듯이 순식간에 서시(序詩)를 써내려 갔다. 그리고 글을 쓰는 동안, 그 슬프고 험난한 역사의 고비고비를 헤쳐왔던 인물들을 만날 때마다, 마치 그 심령(心靈)이 내 책상으로 찾아온 듯, 함께 슬퍼하고 함께 분노하며 왜적(일본)과 싸우면서 흥분되는 경지 속에 글을 써갔다.
어떤 때에는 잠자리에 들었다가, 마치 어느 심령이 귀띔이라도 해준 듯이 원고 용지의 어느 글이 떠오르면서, 얼른 일어나 밤중에 원고의 글을 고쳐쓰곤 하는 일이 계속되었다.
이렇듯 집필 1년을 예상했던 이 글을, 나는 4개월만에 완성했다. 결과에 있어 이 글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나오든, 나에겐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가치는, 생명과 영혼의 감동으로 글을 쓰는, 그 진실성의 위대함이다.
이번에 이 글을 쓰게끔 진지하게 권유해주신, 고려대학교 민경현 박물관장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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