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의 이해와 감상
시를 공부하려는 여러분의 도움이 될까 하여 써 본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시에는 그 쓰는 법이란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지라, 시를 쓰려면 무엇보다 먼저 시의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제일입니다.
일찍이 카라일은,“시를 잘 이해하는 자는 이미 시인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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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맨 처음으로 쓰기는 지금으로부터 다섯 해 전인 1952년이었습니다. 그 당시 나는 피란지인 대구에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을 두고 내 깐에는 느끼는 바 있어 붓을 들었습니다. 그것이 잘 될지 어떨지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단 책으로 되어 나오자, 다행히도 젊은 세대의 독자들에게 분에 넘치는 환영을 받게 되었고 또 현재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필자인 나로서는 이 이상 기쁜 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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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김없는 말이 필자 개인으로서는 이 책에 대하여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첫째, 거기 수록된 작품들 중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그 당시는 피란 중이라 재료다운 재료, 즉 시집이 손에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입니다.
둘째로는 때가 때였던만큼 마음의 안정을 잃고 붓을 들었던지라, 지금 읽어 보면 얼굴이 확확 달아올라 올 정도의 것입니다. 작품이란, 특히 시란 옥 같이 맑은 마음으로 감상해야 한다고 예로부터 일러 내려오고 있는데, 그때 나는―――어찌 나뿐이었겠습니까―――실로 암담한 기분에 쌓여 있었으니, 그런 기분으로 어떻게 시를 잘 감상 해 낼 수가 있었겠습니까.
이 밖에도 작품의 배열이라든가, 활자의 구성미라든가, 인쇄라든가, 제본이라든가, 끄집어내면 한이 없을 만치 불만투성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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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고통스러운 불만을 지니고 있던 중, 다행히 이번에 좋은 출판사를 만나 이렇게 산조판을 해 가지고 내게 되었으니 참으로 다행하며 기쁩니다.
이 책은 보시다시피 전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고, 원고부터도 새로 써낸 것입니다. 그러나 시 감상이란 본시 어려운 것이어서 어느 정도로 여러분을 이해시켜 드릴 수 있겠는지, 역시 불만스런 마음이 가시지 않습니다.
오직 이 책이 여러분의 감상력과 창작력을 이끌어 올리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 주었으면 하고 바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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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이 책의 독자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너무 조급히 읽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소설 읽듯이 단숨에 읽어서는 시의 참뜻을 모르고 넘어가게 될 것인즉, 되도록이면 천천히 읽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맨 먼저 시를 읽고 나서 시인의 약력을 읽고, 그러고 나서 다시 시를 읽고, 해설을 읽고, 그 다음에도 몇 번이고 시를 읽어 보도록 하는 것이 시를 이해하는 데에 가장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읽어 가는 동안에 여러분은 그 시의 좋은데를 자연 알게 될 것입니다만, 알게만 된다면 다른 시는 물론이요, 자기 자신도 쓸수가 있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