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압지, 우리 정원의 원류를 찾아서 - 오천년의 힘 01
빼앗긴 들에 봄은 왔으나……
우리는 지금 창궐하는 일본식 조경의 숲속에서 온종일 생활하고 있다. 길가에 심은 가로수, 우리가 사는 아파트의 축대, 동네마다 조성되는 공원들, 한창 붐이 일고 있는 옥상정원들 곳곳에 일본식 조경이 뿌리를 내린 지 이미 오래다. 전통을 자랑하는 명산대찰의 앞마당이나 연못, 현충사나 독립기념관같이 민족의 얼을 기리는 역사 유적의 정원, 경복궁의 뒤뜰에 이르기까지, 일본식 조경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빼앗긴 들은 되찾았으나, 거기 조성된 공원과 나무와 연못은 여전히 식민지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원과 나무와 연못이 바로 지금 우리의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