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
이승우는 1981년 「한국문학」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1993년『생의 이면』으로 제1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창작집으로는『구평목 씨의 바퀴벌레』『일식에 대하여』『세상 밖으로』『미궁에 대한 추측』『목련공원』이 있고 장편소설로는『에리직톤의 초상』『가시나무 그늘』『따뜻한 비』『황금가면』『생의 이면』『내 안에 또 누가 있나』『사랑의 전설』『태초에 유혹이 있었다』등이 있다.
작품집『일식에 대하여』(문학과 지성사, 1989)에 실린 8편의 작품은 작가의 세계가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동시에 이들 작품의 화자들이 그러한 것처럼 겉으로는 삶에 대해서 고통스러워하는 제스처를 과장하지 않지만 내면으로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작가의 세계를 드러내주고 있다는 점에서 야심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집에서 다루고 있는 세계가 다양한 만큼 주인공이 처해 있는 상황은 우리 사회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면서도 이들 주인공들이 받고 있는 고통의 내용 또한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고통의 내용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들이 겪는 삶이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고통의 성질을 보면 대단히 사사로운 개인적인 것이다. 이것은 바로 이 작품들이 이야기로서의 소설 문법에 충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설 속의 주인공의 삶은 그 배경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주인공 자신의 고민이나 행동의 양상을 보이는 개인적인 성격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 속에 있는 인물을 사회적인 당위의 세계 속에 살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작중인물로 하여금 자율적으로 살아서 움직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설 속의 인물은 우리보다 탁월한 실천력을 지닌 '영웅'이 아니라 우리와 비슷하게 무능하고 사소한 불편에 못 견디고 그러면서도 행복하지 못한 평범한 인물들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독자들은 그의 소설을 통해 공감하는 면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