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조건 -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인물은 시대가 낳는 것이다.
역사를 지배해온 그들은 동시대의 다른 인물들과 갈등하면서 삶을 일궜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실록을 근거로 쓴
허구가 아니 정통역사 소설 <혁명의 조건>
혁명이냐 쿠데타냐를 가늠하는 사전적인 해석은 비교적 단순하다.
혁명은 “①헌법의 범위를 벗어나서 국가의 기초, 사회의 제도, 경제의 조직을 급하게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 ②이전의 왕통(王統)을 뒤집고 다른 왕통이 대신하여 통치자가 되는 것”이라고 되어 있고, 쿠데타는 “지배 계급 내의 일부 세력이 무력에 의해 정권을 비합법적으로 빼앗는 일”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사전에 적힌 바를 따르면 위화도에서의 회군을 단행한 이성계 장군이 고려왕조의 주궁인 수창궁을 에워싸고, 라이벌 최영 장군을 죄인으로 단죄하는 것을 기화로 왕위까지 찬탈하였다면 그의 행적은 쿠데타가 된다. 그러나 이성계는 왕위에 오르는 길을 사양하면서 이 후, 3년간에 걸쳐 전제의 개혁을 비롯한 고려왕조의 부패를 일소하는 것으로 ‘혁명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서야 왕위에 오른다.
지금 우리의 처지에서도 곱씹어 볼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소설 『혁명의 조건』은 위화도 회군을 단행한 이성계가 평생의 은인이나 다름이 없는 최영 장군을 처단하고, 고려 말 부패의 원천인 전제의 개혁을 완결하면서 새 왕조를 창업하여 왕위에 오르는 과정을 되도록 픽션(虛構)을 배재하고 사실에 근거하여 집필되었다.
따라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은 실제의 인물이며, 그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음모, 배신 등의 이합집산까지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을 읽음으로써 고려 말의 정사(正史)를 정확하게 살필 수 있는 실리도 챙길 수가 있고, 또 소설을 읽는 재미까지도 만끽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오랜 세월 동안 대하 역사드라마와 실록 대하소설을 써 온 필자에게는 사실과 픽션의 관계에 확실한 기준을 세워 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잘 짜여진 픽션도 사실(史實)을 능가할 수는 없다.’
필자의 신념이자 집필 방향이다. 따라서 이 소설 『혁명의 조건』을 대하는 많은 독자들에게도 역사의 준엄한 흐름에 의존한 문학적 서술임을 간곡히 전하면서 감히 일독을 청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