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리더란 무엇인가 - 하버드 케네디스쿨 역사 리더십 수업
◆ 하버드 케네디스쿨 역사학 교수 모식 템킨의 역작
◆ 프레드리크 로예발, 래너 미터, 엘런 피츠패트릭… 세계적 석학들의 찬사
분열하는 세상, 추락하는 경제, 후퇴하는 민주주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리더를 찾아야 하는가
투사처럼 반란자처럼 성자처럼 시대의 제약에 맞선
역사 속 리더들에게 리더의 자격과 조건을 묻다
역사에 길이 남을 어려운 시절이다. 공고해 보였던 민주주의의 기틀이 무참히 흔들리고 사회는 갈등과 혐오, 분열로 나날이 점철되어간다. 세계를 덮친 장기 불황과 끝나지 않는 전쟁은 불안과 공포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전례 없는 리더십 공백 사태까지 맞은 지금, 우리는 되물을 수밖에 없다. 국민을 위한 리더는 어떠해야 하는가. 지금 우리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리더십은 어떤 것인가. 그런 리더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하버드 케네디스쿨 역사학 교수 모식 템킨은 그 실마리를 역사 속 리더들과 결단에서 찾는다. 경제 효과가 미비한 뉴딜 정책을 편법을 쓰면서까지 사수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라파엘 트루히요의 서슬 퍼런 폭정 앞에 결연히 반기를 든 미라발 자매, 민간인 대량 살상의 결과를 예상하고도 공격을 감행했던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의 설계자들. 이 책에서 다룬 리더들은 좁게는 대통령, 총리, 정부 요인 같은 제도권의 권력자와 넓게는 사회개혁, 저항운동, 반식민지운동을 이끈 재야의 지도자까지 아우른다.
역사가 부여한 제약 앞에서 투사처럼 싸우고 반란자처럼 도전하고 성자처럼 헌신했던 리더들의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는 명료하다. 리더가 성공(또는 실패)에 이르는 길이 하나가 아닌 여럿이고, 상황에 따라 같은 선택도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권력과 공공의 이익은 모순되지 않으며, 공공의 이익을 걸고 싸움을 벌이는 것이야말로 리더가 지닌 가장 강력한 권한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피상적인 공식이나 지침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 속에서 리더의 결단과 리더십의 본질을 심층 탐구하는 이 책은 리더에게나 리더를 선별해야 하는 사람에게나 귀중한 지혜의 보고가 되어줄 것이다.
10년 연속 하버드 케네디스쿨 명강의
결국, 선택도 책임도 리더의 몫이다
최선의 결단을 만드는 리더십 사고실험
90여 년의 전통을 지닌 하버드 케네디스쿨은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전 총리,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등을 배출한 최고의 공공정책대학원으로 손꼽힌다. 전 세계 미래 지도자들의 산실 같은 이곳에서 모식 템킨은 ‘역사 속 리더들과 리더십’을 강의하며 10년 동안 수천 명의 수강생들과 만났다. 이 강좌는 한마디로 리더를 위한 ‘사고실험’이었다. 템킨 교수는 소설과 연설, 영화, 음악, 사진 등 방대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역사 속 리더들이 처한 절체절명의 상황과 고뇌의 순간들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수강생들은, 장피에르 멜빌의 영화 〈그림자 군단〉을 보면서 나치 점령기에 프랑스 소시민들이 얼마나 냉엄한 선택의 기로에 섰는지를 떠올렸고, 1941년 말 진주만공격 직전 히로히토 천황과 일본 고위 관료들의 어전 회의록을 읽으면서 제국의 뒤틀린 인식이 어떻게 합리적인 논의와 절차를 무력하게 만드는지 이해했다.
템킨 교수의 강의 ‘역사 속 리더들과 리더십’을 발전시킨 이 책은 더욱 풍성해진 사고실험과 사례 연구를 바탕으로 오늘날 리더들이 더 나은 선택, 최선의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와 더불어 리더가 마주할 만한 다양한 위기 상황을 공황, 개혁, 폭정, 체제, 오판, 대적, 오판 등으로 분류하여 보다 구체적인 교훈을 건넨다.
경제가 무너지면 루스벨트 같은 ‘해결사’가 부상한다
난세의 민심을 정확히 짚어내는 신(新) 군주론
극심한 경제난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리더의 정치적 이념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중요한 것은 누가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가다. 저자는 대공황 시절 미국을 이끈 두 대통령에 주목한다. 한 명은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4선에 성공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다른 한 명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꼽히는 허버트 후버다.
전통적 보수주의자였던 허버트 후버는 대공황이 닥쳤을 때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인지하거나 인정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그저 원칙을 내세우며 재정 건전성을 지키고자 정부 지출을 대폭 줄이고, 굶주린 참전용사들의 시위에 무력 진압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후버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루스벨트는 그와 정반대였다. 루스벨트는 취임 100일 만에 뉴딜을 비롯한 76건의 법안을 통과시킬 만큼 엄청난 추진력을 발휘했다. 그의 관심사는 이데올로기적 신념이 아니라 실질적인 삶의 개선에 있었고, 이를 위해 초고소득층에게 최대 75%의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를 도입하는 등 급진적인 행보를 보였다. 사람들은 “저 모퉁이만 돌면 번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후버의 말은 한없이 차갑고 무심하다 생각했지만, “우리가 두려워할 건 두려움 그 자체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라는 루스벨트의 말에는 감격 어린 눈물과 환호성을 보냈다.
저자는 리더로서 후버와 루스벨트의 성패를 가른 가장 결정적인 차이를 이러한 위기 대응 방식과 공감 능력에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적 어려움과 절망감에 시달리는 민심 앞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화답할지, 이들의 생계에 얼마나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시행할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리더의 이상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우리는 어떤 사명을 지닌 리더를 선출할 것인가
짐승은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그리고 리더는 유산을 남긴다. 어떤 사람이 리더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문제가 아니다. 리더의 이상, 소명, 세계관은 한 사회, 때로는 한 시대의 향방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전 총리였던 마거릿 대처는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만큼이나 대처주의(Thatcherism)로 유명하다. 대처주의는 정치적 노선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세계관에 가깝다. 대처는 ‘사회 같은 것’은 없으며 오직 개인과 가족만 존재한다고 여겼다. 대처와 그 행적에 대한 평가는 양극단으로 갈리지만 그녀의 유산이 지금의 세상을 지배하는 담론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한마디로 대처는 개인의 시대, 경쟁을 인간의 본성이자 동기부여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한편, 이렇다 할 대의나 사명감 없이 리더의 자리에 오른 로버트 맥나마라 같은 사람도 있다. 젊은 시절 시스템 분석(systems analysis)이라는 분야를 창안했을 만큼 그는 똑똑하고 합리적인 인재였다. 그가 존슨 행정부의 국방부 장관으로 있을 때 베트남전 확전을 둘러싼 내각 회의가 열렸다. 맥나마라는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는 자신의 장기인 데이터를 앞세워 확전을 밀어붙였다. 머지않아 그 데이터가 틀렸음을 깨닫고도 그는 정권 유지와 명성을 지키고자 임기 내내 전황이 순조롭다는 거짓을 일삼았다. 그렇게 권력을 위한 권력을 좇은 대가는 참혹했다. 베트남전쟁으로 5만 8000명의 미군과 300만 명 이상의 베트남인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 책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 역사 속 리더들의 유산을 면밀하게 탐구한다. 이들 중에는 자유나 민족 해방처럼 공공을 위한 대의를 품고 분투한 사람도 있던 반면, 단순히 자신의 영달이나 출세, 권력을 위해 중요한 결정을 내린 사람도 있다. 이들이 남긴 유산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판가름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각자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려면 어떠한 사명을 가진 리더가 필요한지 분별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