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빛
삶의 여정(旅程)에서 왜 이리 허기지나, 왜 이리 갈증이 심하나. 헐떡이며 찾아 헤매는 시인은 존재의 온 촉각의 깨어 있음으로 자아와 타자와 세계와 자연을 응시한다. 그리고 그 근원(根源)을 하느님께 둔다. 저 고귀한 것. 저 위대한 것. 저 존엄한 것.
어둔 밤, 어이 아시고 사랑으로 오시어 마구간 구유에서 십자가까지 빛 되어 이끄시는 저 높은 곳. 저 깊은 곳. 저 너른 곳. 보이지 않아 볼 수 없고, 들리지 않아 들을 수 없는 당신이기에 우리는 밤길을 걸어가듯 길을 잘못 들 때도 있고, 제자리를 맴돌 때도 있으나 어느 순간, 깊은 심중에서 울려오는 아, 깊은 사랑이었구나.
십자가 아래에서 당신을 그리며 새처럼 조잘대는 기도. 시인은 사랑으로 이 마음을 고백한다. 흰색, 검정,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수많은 다채로운 사랑을 담는다. 이를 한 땀 한 땀 오색실로 꿰어 조금 더 삶을 성찰하는 사람, 조금 더 기도하는 사람, 조금 더 사랑 많이 하는 사람, 조금 더 함께 하는 사람으로 꽃 피기를 시인은 희구한다. 영근 시어(詩語)는 살아 밤하늘에 박힌다. 빛난다. 밤을 여는 환희의 새벽이 다가온다. 푸른 우리가 된다.
“지금, 햇살이 비춰요, 햇살을 안아요. 지금, 꽃이 피어요, 꽃을 맞아요. 지금, 바람이 불어요, 바람을 감아요. 지금, 비가 뿌려요, 비를 먹어요. 지금, 밤이 덮어요, 밤을 개켜요. 지금, 별이 열려요, 별을 꿰어요. 오색 빛,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