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화적 정치 소설 금수회의록의 저자 안국선, 그의 또 다른 작품세계 공진회
금수회의록에서는 강력한 사회비판적 계몽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공진회에의 수록된 「기생」,「시골노인 이야기」등의 작품에는 작가의 계몽 의지가 드러나지 않으며, 「인력거꾼」의 경우는 당시의 총독정치를 찬양하는 내용이 보이기도 한다.
문명이니 개화이니 발달?진보이니 하는 여러 가지 말이 지금 세상에 행용들 하는 의례건의 말이라. 조선도 여러 해 동안을 문명진보에 열심 주의하여 모든 사물의 발달되어가는 품이 날마다 다르고 달마다 다르도다.이번 공진회를 구경한 사람은 누구든지 조선의 문명진보가 오륙년 전에 비교하면 대단히 발달되었다고 할 터이라.그러나 외국의 문명을 수입하여 내지의 문명을 발달케 하는 때는 제일 먼저 들어오는 것은 사치라 하는 풍속이라.교화의 아름다운 풍속은 별로 들어오지 아니하고 사치하는 풍속은 속히 들어오나니, 외국 사람은 상등 사람이라야 파나마 모자를 쓰는 것인데, 조선 사람은 하등 연소한 사람도 그것만 따르고자 하고, 외국 사람은 하이칼라를 즐겨하지 아니하는 경향이 있건마는 조선 사람은 도리어 하이칼라를 부러워하는 모양이라.이것은 무슨 연고인가 하면, 역시 세상의 풍조를 따라 남보다 신선한 풍채를 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까닭이오...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호는 천강(天江), 필명 농구자. 1895년 당시 군부대신이었던 백부 안경수의 도움으로 관비유학생에 선발되어 도일, 경응의숙과 도쿄전문학교 정치과에서 수학했다. 1899년 도쿄 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귀국하였으나 박영효와 관련된 역모사건으로 체포되어 종신 유형을 언도받았다. 만 4년 간 미결수로 구금된 동안에 기독교를 신봉하게 되었다.
1907년 유배에서 풀려 돈명의숙 교사로 재직하면서 정치 경제 등을 강의하였고, 『외교통의』, 『비율빈전사』, 『정치원론』, 『연설법방』등의 저서를 발표하는 등 활발한 사회 계몽 활동을 펼쳤다. 1908년 탁지부 서기관에 임명된 후 관게에 투신하였으며, 1911년부터 약 2년간 청도군수로 재직했다. 이후 박영효의 친일적이고 타협적인 민족개량주의 노선에 공감하여 밀접한 관계를 맺었으며, 경제문제에 관한 글을 『청년』과 『계명』등에 발표하기도 했다. 1926년 7월에 사망하였다.
1908년에 황성서적조합에서 단행본으로 간행된 정치소설 성격의 우화소설인 『금수회의록』은 계몽의 선행조건이 정신적, 윤리적 개조라는 의식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러한 정신개조의 잣대로의 엄격한 윤리의식을 일반에 확장하는 것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15년에 발표한 소설집 『공진회』에의 수록된 「기생」,「시골노인 이야기」등의 작품에는 작가의 계몽 의지가 드러나지 않으며, 「인력거꾼」의 경우는 당시의 총독정치를 찬양하는 내용이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