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21년 《창조(創造)》지 9호에 발표된 김동인의 단편 소설. 애조 띤 서정이 전편에 넘쳐 흐르고 단편으로서의 짜임새가 비로소 완벽한 경지에 이른 김동인의 초기 자연주의의 대표작이다. <배따라기>는 삼중의 액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형(사공)을 방랑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 부분, 형의 방랑과정, 그리고 화자의 서술 부분이 그것이다. <배따라기>의 가장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오해가 빚어낸 형제간의 파멸의 이야기이다. 양순하고 다감한 아우와 붙임성 있으면서도 성미 급한 형수, 그리고 선량하나 난폭한 형 사이의 관계는 어느날 쥐잡기로 표현된 오해의 순간으로 인해 파멸로 치닫게 된다. 즉 우연에 의해 일상적인 세계는 파탄하고 만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가운데 이야기는 형(사공)의 방랑과정이다. 그는 옛날에 있었던 일을 조금이나마 풀기 위해 동생을 찾아나서지만, 그 뜻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부분을 통해서 안쪽의 이야기는 회복 불가능한 실재로 더욱 견고해진다. 또한 이에 대해 타인인 나가 중심이 된 바깥 이야기는 안쪽의 이야기를 더 이상 간여할 수 없는 저편의 이야기로 기정 사실화한다.
<배따라기>의 첫 부분에서 대동강의 모란봉 기슭에서 봄의 정취를 즐기는 내가 묘사하는 분위기가 유토피아를 연상시키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처연한 애조를 띤 배따라기와 대조된다.
저자소개
평양 숭덕소학교를 졸업하고, 15세 때 일본 유학을 떠나 동경 메이지 학원 중학부를 졸업하고, 가와바타 미술학교에 들어가 화가가 될 꿈을 키웠으나, 문학에 심취하여 독서와 습작에 열중하였다.
1919년 최초의 문학동인지인 『창조』를 창간하여 사실주의적 기법을 처음 보여준 처녀작 『약한 자의 슬픔』을 발표하고 귀국하였으나, 출판법 위반 혐의로 4개월간 투옥되었다. 그 후 「배따라기」, 「광염 소나타」, 「광화사」 등으로 대표되는 탐미주의적 작품과 「태형」, 「붉은 산」과 같은 민족주의적 작품을 많이 발표하면서, 신경향파 내지 프로문학에 맞서 예술지상주의를 표방하고 순수문학운동을 벌였다.
한때 많은 가산을 탕잔하고 생활고에 부딪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30여넌간 오직 문학에만 전념해 온 그는 200여 편이 넘는 작품을 남기는 문학에의 열정을 불태웠다. 그러나 직선적인 성격과 유미적·탐미적 성격이 강한 작품을 창작하면서 간결하고 현대적인 문체에도 공헌한 그는 6.25 전쟁 중에 신병으로 서울에서 작고했다.
주요작품으로는 단편 「감자」, 「광염 소나타」, 「광화사」 등이 있으며, 장편으로는 『대수양』, 『운현궁의 봄』, 『젊은 그들』 등이 있다. 역사소설 『대수양』, 『젊은 그들』에서는 세조와 대원군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묘사하는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었다. 근대문학 초창기를 주도했던 이광수의 계몽주의적 경향에서 벗어나 문학의 예술성과 순수성에 대한 자각을 바탕으로 본격적 근대문학 확립에 기여하였고, 특히 단편 양식의 확립에 기여한 공로가 최근 높이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