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퍼럴 1
“열광해야 할 시간이 왔다. 그는 초일류의 월드 빌더다.”
― 장강명(소설가)
SF 블록버스터의 판도를 바꾼, 아마존 프라임 1위 드라마 원작
<매트릭스>, <공각기동대> 세계관의 창시자
‘검은 예언자’ 윌리엄 깁슨의 새로운 대표작
“세상이 뒤집힐 것처럼 현기증 일으키는 미래 여행”
장강명 작가를 비롯해 전 세계 독자를 열광케 한 초거대 세계관
트레일러 영상 조회수 1,000만, 공개 직후 아마존 프라임 1위.
SF 블록버스터의 판도를 바꿨다고 평가받는 드라마 <페리퍼럴>은 위와 같이 초창기부터 큰 관심을 받았는데,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윌리엄 깁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기 때문이었다. 그 원작이 바로 전 세계 깁슨 마니아를 열광케 했던 작품 『페리퍼럴』이다.
첫 장편소설 『뉴로맨서』를 통해 전 세계 7,000만 부 판매, 세계 3대 SF 문학상(휴고상·네뷸러상·필립 K.딕상) 최초 석권을 달성하면서 일찍이 거장의 반열에 올랐던 윌리엄 깁슨. 그가 이후 발표한 작품들 또한 대중과 평단의 찬사와 지지를 받으면서 그는 오랜 시간 ‘SF계의 대부’로 칭송받아 왔다. 다만, 그중에서도 『페리퍼럴』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특히 더 강렬했는데, 그가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쓴 미래 배경의 SF였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은 『페리퍼럴』의 출간 소식을 전하는 기사의 헤드라인을 다음과 같이 썼다. “드디어 사이버펑크의 검은 예언자가 돌아왔다.”
“사이버스페이스가 나오건 그렇지 않건, 윌리엄 깁슨은 초일류의 ‘월드 빌더(world builder)’다. 그는 낯설지만 그럴듯한 세계를 정교하게 만들고, 독자를 그 한복판에 던져 그 세상을 경험하게 한다. 시간여행, 가상현실, 평행우주, 아바타를 다룬 작품은 많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이렇게 딱딱 들어맞게 혼합해서, 이렇게 생생하게 보여준 작품은 없었다. 열광해야 할 ‘시간’이 왔다. 페리퍼럴에 몸을 맡기자.”
― 장강명(소설가)
장강명 작가의 말처럼, 깁슨은 『페리퍼럴』에서도 자신만의 근미래 세계관을 성공적으로 창조해 낸다. 미래인들이 과거 세상을 식민지로 삼고 착취하는 세계. 이러한 설정은 미래인의 시점에선 지극히 당연하고 단순한 것이겠으나, 과거인들 입장에선 영문도 알 수 없고 납득하기도 어려운 것일 수밖에 없다. 이때 과거인이 느끼게 될 괴리감을, 깁슨은 독자로 하여금 현기증의 감각으로 간접 체험하도록 만든다. 그가 『뉴로맨서』 때부터 줄곧 보여줬던 고유한 스타일, 즉 서로 다른 인물의 시점을 오가면서 별다른 설명 없이 묘사만 생생하고 현란하게 이어 나가는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이 어지럽지만 몰입할 수밖에 없는 전개 속에서 독자는 세상이 뒤집힐 것 같은 현기증을 느끼게 되고, 실제로 자신의 세상이 전복당한 주인공 플린에게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첫 장을 넘긴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는 사이 플린에게 싱크로 되는 것이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검은 예언자 윌리엄 깁슨이 창조한 두 머리를 가진 디스토피아
“깁슨보다 근미래를 더 훌륭하게 창조하는 작가는 없다.”
― 《워싱턴 포스트》
“미래는 이미 도착해 있습니다. 단지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윌리엄 깁슨이 《NPR》 인터뷰에서 언급한 저 말은 국내에선 정치인 안철수가 2012년 대선 출마 선언문에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는데, 사실 일찍부터 전 세계 미래학자의 입을 통해 회자돼 오던 문장이었다. 그만큼 깁슨은 소설가로서뿐만 아니라 ‘비전가’로서도 오랜 시간 인정받아 왔으며, 또한 단순히 예측하는 것을 넘어 시대의 이미지와 상징을 창조해 왔다고 평가받아 왔다. 이처럼 시대의 징조를 포착하고 상징화하는 그의 작업이 『페리퍼럴』에서도 이뤄졌고, 그 상징체계는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디스토피아로 탄생했다. 바로 대재앙 ‘잭팟’ 발생 이전의 2030년대 와 발생 이후의 2100년대를 통해서 말이다.
2030년대 미국 시골 마을. 이곳은 『페리퍼럴』 한국어판이 출간된 2024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마약 카르텔이 횡행하여 마약 제조가 아닌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고 길거리엔 3D 프린터로 뽑아낸 군용 무기와 드론이 넘쳐난다. 하루하루 생존하기 불안하단 점에서 이미 충분히 디스토피아다. 그런데 미래엔 더한 불행이 예정돼 있다. 바로 대재앙 잭팟이다.
2100년대 영국 런던 시내. 이곳은 첨단 기술과 문화로 디자인돼 있지만 실상은 유령도시나 다름없다. 전염병, 이상 기후, 자연재해, 전쟁 등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천천히 벌어진 대재앙 잭팟으로 인해 인류 80퍼센트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소수의 특권 계급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으며 그 특권 계급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과거까지 침략해 식민지로 삼으려 한다.
이 각각의 시간대를 하나의 몸뚱이로 만드는 것은 깁슨이 전작에서 개발한 설정인 ‘연속체’와 본작에서 새롭게 개발한 ‘페리퍼럴’을 통해서다. 연속체란 저마다 고유한 연속성을 띤 시공간으로 존재하는 개별 우주를 뜻하는데, 2100년대엔 과거 연속체에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 과거 연속체는 무수히 많으며 미래인이 접속하는 순간, 그 과거 연속체는 미래인의 시간선과 단절된다. 이렇게 단절된 과거는 미래인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고 거리낌 없이 과거인들을 유린하고 착취한다. 그다음 설정인 페리퍼럴은 인간과 똑같은 외형을 갖춘 생체 로봇을 뜻한다. 이는 2100년대에만 존재하지만, 2030년대의 과거인의 정신을 탑재할 수 있어서 두 연속체를 연결하는 시간 여행 도구로 사용된다.
이 두 머리의 디스토피아를 탄생시킨 잭팟의 진행 과정을 보고 있으면 강력한 기시감을 느끼게 된다. 전 세계에 벌어진 COVID-19 팬데믹에서부터 일상에서도 쉬이 느껴지는 기후 위기, 나아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 및 내전까지. 마치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도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잭팟을 향해 달려가고 있단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어떻게든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구하고 잭팟을 피하려고 하는 주인공 플린에 대한 몰입으로 이어진다.
"윌리엄 깁슨만의 독특하고 강렬한 여성 캐릭터“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플린, 미래를 닮아가는 플린의 세계
“영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 플린을 통해 고정관념을 깨는 강렬함을 보여준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윌리엄 깁슨의 유명한 특기는 월드 빌딩(world builder) 말고도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독특하고 강렬한 여성 캐릭터 창조다. 매 작품마다 자신이 설계한 세계를 탐험하고 나아가 새로운 길을 개척할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 열중했던 깁슨은 이번엔 과거를 게임 취급하는 미래인에게 대항할 타고난 게이머 ‘플린 피셔’를 창조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현기증이 일어날 듯한 시간 여행에 강제 초대된 플린은 오롯이 게이머적 직관과 올곧은 윤리관을 통해 문제를 타파해 나간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미래인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던 중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된 플린. 범인들은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살인 청부업자를 동원하고, 그녀는 두 시공간을 넘나들며 현재의 적과 미래의 적을 동시에 상대하는 혼란스러운 싸움을 이어 나간다.
과거 연속체 사람인 플린은 당연하게도 약자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지켜야 한다’, ‘저들이 악행을 저지른다고 우리도 악행을 저지를 순 없다’라는 단순 명료한 윤리관을 유일한 나침반으로 삼아 사건을 해결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강자와 약자, 선인과 악인 할 것 없이 그녀의 행동과 생각에 감화된다. 플린은 아무리 위협을 받더라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태도로 자신의 동료를 하나하나 만들어 간다.
미래의 적들에 맞선 플린의 생존 싸움은 점차 현재 세계의 파멸을 막기 위한 전쟁으로 발전한다. 전쟁의 목표는 하나다. 자신이 페리퍼럴을 타고 두 눈으로 확인했던 미래의 잭팟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 플린이 살고 있는 과거 연속체는 미래와 단절된 시간선이란 점 때문에, 미래의 역사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소수 특권 계급에 의해 유린당하고 착취당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역으로 그 단절을 이용해, 플린과 플린의 세계는 예정된 대재앙을 역사에서 제거하려 시도한다. 이렇듯 단순히 과거와 미래의 전복을 넘어서, 강자와 약자의 전복으로 이어지는 플린의 서사는 독자로 하여금 현기증뿐만 아니라 짜릿한 즐거움 또한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