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강 - 곽노흥 희곡집
규철 : 보청기를 조정하며 난 어렸을 때 열병 같은 걸 심하게 앓았어요, 그때부터 귀가 잘 안 들리기 시작했죠! 우리 집이 너무 가난해서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고…… 농아들 다니는 학교에도 다니지 못했어요…… 그래서 수화도 서툴고 모든 게 엉터리에요…….
진영 : 아녜요, 규철씬 듣기도, 말하기도, 수화도 나보다 훨씬 잘해요!
규철 : 좋아서 진영씨보다 수화를 잘 한다구요? 이제 진영씨 얘기 좀 해봐요? 어렸을 때 얘기가 듣고 싶어요.
진영 : 저도 어릴 땐 말을 좀 했는데 지금은 잘 안돼요.
규철 : 어릴 땐 말을 좀 했는데, 지금은 잘 안 된다구요? 남들 신경쓰지 말고 나오는 대로 해요, 우린 우리 방식대로 살아가야 하잖아요, 우리끼리 서로 통하는 게 있으면 뭐든 배우고 익혀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