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에서 생긴 일
그날 아침, K는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그는 한창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깨어났기 때문에 처음 얼마 동안은 일어나지 못하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엎드려 있었다. 전화벨 소리는 계속해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전화벨소리가 아홉 번을 울렸을 때서야 K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보세요.
수화기를 든 그는 다소 퉁명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아침 일찍 죄송합니다. K선생님 댁이지요?
수화기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사십대로 여겨지는 남자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