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문단을 이끄는 젊은 문인들의 문학여행.
낯선 세상에서 11인의 이방인이 만들어낸 그들만의 공간을 들여다본다.
이름만으로도 독자들을 설레게 하는 한국문단의 젊은 문인 11인이 낯선 세상으로 문학 여행을 떠났다. "인간 영혼의 가장 먼 곳으로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 했던 체 게바라의 말처럼 우리가 가진 내면의 가장 깊은 울림을 찾아 떠난 열 한 명의 작가들은 각각 낯선 땅을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를 고유의 시각으로 풀어내 전해준다.
작가들은 정해진 틀이나 계획, 목적지도 없이 길을 잃고 헤맸으며, 때로는 돌아가거나 뜻하지 않은 곳에서 쉬어가기도 한다. 구속 받지 않는 상황에서 자유롭게 부유하는 감정의 조각들을 즐기며 그들이 경험한 이야기들은 그대로 그들 문학의 양분이 되어 독자들에게 감동으로 와 닿는다. 이 책은 그런 여행의 시간 속에서 그들이 완성한 또 하나의 시와 소설을 만나는 기회가 된다.
지도 하나 없이 떠난 포르투갈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난 소설가 김연수, 자신의 작품 『좀비들』의 무대가 된 스웨덴 스톡홀름의 묘지를 찾은 소설가 김중혁, 화려한 건축가들의 도시 시카고에서 빛과 어둠을 경험한 시인 나희덕 등. 그들은 각자가 선택한 공간에서 그 동안의 자신과는 다른 새로운 자아를 찾고 그것을 문학으로 승화해 작품 속에서 보여준다.
이베리아 반도에서부터 유럽, 네팔, 캄보디아, 라오스 등 어떤 안내책자도 없이 떠난 그곳에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통해 문학 속으로 걸어 들어갔던 11인의 작가들은 자신들이 개척한 영혼의 여행길을 기록함으로써 그들을 사로잡은 낯선 공간의 매력을 전해준다. 독자들은 이 책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여행지도를 따라가며 기존의 여행 안내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세상 밖의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에 『문학사상』에 시 '유리닦는 사람'을, 1995년 『문학동네』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평론가 우찬제는 그를 거짓과 참, 상상과 실제, 농담과 진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경계선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개성적인 이야기꾼이며, 현실의 온갖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올바로 성찰하면서도 그것을 웃으며 즐길 줄 아는 작가라 평했다. 또한 평론가 문혜원은 “성석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농담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막힘없이 풀어놓으며 "마치 무협지의 고수들처럼"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입담을 펼친다.”라고 전한다. 이런 평론가들의 말처럼 성석제는 미묘한 경계선을 거닐면서 재미난 입담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소풍』은 흥겨운 입담과 날렵한 필치가 빛나는 산문집이다. 저자는 음식을 만들고 먹고 나누고 기억하는 행위가 곧 일상을 떠나 마음의 고삐를 풀어놓고 한가로운 순간을 음미하는 소풍과 같다고 말한다. 음식은 “추억의 예술이며 오감이 총동원되는 총체예술”이며, “필연코 한 개인의 본질적인 조건에까지 뿌리가 닿아 있다”는 지론은 곧 우리 세대가 잃어버린 사람살이의 다양한 세목을 되살려온 성석제 소설세계와 상통한다. 십수년간 각종 매체에 연재하며 갖가지 음식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낸 작업이 ‘음식의 맛, 사람의 맛, 세상의 맛’을 함께 음미하게 한다.
단편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모든 면에서 평균치에 못 미치는 농부 황만근의 일생을 묘비명의 형식을 삽입해 서술한 표제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포함하여, 한 친목계 모임에서 우연히 벌어진 조직폭력배들과의 한판 싸움을 그린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 돈많은 과부와 결혼해 잘살아보려던 한 입주과외 대학생이 차례로 유복한 집안의 여성들을 만나 겪는 일을 그린 「욕탕의 여인들」, 세상의 경계선상을 떠도는 괴이한 인물들의 모습을 담은 「책」, 「천애윤락」,「천하제일 남가이」등 2년여 동안 발표한 일곱 편의 중 · 단편을 한 권으로 엮었다. 이번 작품집도 예외없이 세상의 통념과 질서를 향해 작가 특유의 유쾌한 펀치를 날리는데, 비극과 희극, 해학과 풍자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이후 성석제가 3년간 발표한 단편들을 모았다. 혼기에 이른 맏딸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딸이 어머니에게 읽어드리는 옛이야기를 교차 시키며 유려하게 텍스트를 직조해낸 표제작을 비롯,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내 고운 벗님' 등 총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기성의 통념과 가치를 뒤집는 화려한 수사와 “웃음의 모든 차원을 자유자재로 열어놓는 말의 부림”으로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각양각색 인물들의 삶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표면에 드러나는 유쾌한 재미와 해학, 풍자 밑에는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통찰이 번뜩이기도 하고 그리움이나 인간을 향한 건강하고 따뜻한 시선이 은근히 깔려 있다.
이외의 소설집으로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새가 되었네』『재미나는 인생』『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호랑이를 봤다』『홀림』『지금 행복해』 등과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궁전의 새』『순정』 등이 있으며, 명문장들을 가려 뽑아 묶은 『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이 있다.
1997년 단편 「유랑」으로 제3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2000년 「홀림」으로 제13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했고, 2001년 단편「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제2회 이효석문학상, 같은 작품으로 2002년 제33회 동인문학상을 받았으며, 2004년 「내 고운 벗님」으로 제49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목차
김연수_ 근검절약하는 서민들의 도시, 리스본의 추억
김중혁_ 삶과 죽음이 더해진 스톡홀름
나희덕_ 시카고의 빛과 어둠
박성원_ 제주, 익숙하지만 낯선
성석제_ 라오스의 보물
신이현_ 오후 4시 반에 비가 내리는 도시, 프놈펜
신현림_ 어린 딸과 무작정 일본 문화 탐방
정끝별_ 세상에서 제일 낮은 어깨로 감싸 주던 서귀포의 돌담
정미경_ 사막을 견뎌 내는 삶, 아프리카
함성호_ 국경, 마치 거듭되는 전생의 만남처럼
함정임_ 봄 여름 겨울, 그리고 가을 - 통영에서 나스카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