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 꼭 가봐야할 낭만적인 여행지
유난히 밤이 길어서 하루가 짧게 느껴질 때면 문득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고 싶다. 그럴 때마다 순천만 대대포구의 금빛으로 푸석거리는 갈대밭이 생각난다. 광활한 갈대숲에 몸을 숨긴 채 겨울철새를 엿보는 재미도 좋지만, 그것 말고도 그리운 것들이 많다. 와온포구의 핏빛보다 더 진한 낙조가 그렇다. 거무튀튀한 갯벌 위로 반짝반짝 윤기가 도는가 싶더니 어느새 붉게 물든 햇살이 뻘 속으로 잠기면 그만 눈을 감아버리고 만다. 핏빛 해거름에 가슴이 시퍼렇게 멍이 들도록 방망이질을 친다.
갈대숲은 붉은 낙조가 스며들 때 가장 아름답지만 시간 맞추는 일이 쉽지 않다. 사람 키보다 더 큰 갈대숲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그만이다. 연인이 풀숲으로 난 오솔길로 접어들면 어느새 갈대가 두 사람을 폭 감싸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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