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헬라어의 시간
- 저자
- 김선용
- 출판사
- 복있는사람
- 출판일
- 2026-02-25
- 등록일
- 2026-06-17
- 파일포맷
- EPUB
- 파일크기
- 8MB
- 공급사
- 교보문고
- 지원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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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처음 헬라어를 만난 것은 서른이 넘어서였습니다. 제가 익힌 여러 언어들 중 가장 완고한 언어였습니다. 오랜 시간 문을 두드린 끝에야 간신히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헬라어로 신약성서를 읽기 시작하자, 의미가 더 분명해지기보다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더 많은 질문 앞에 서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오히려 선물이었습니다.
헬라어 공부는 저를 신약성서 27권 너머의 세계로 데려갔습니다. 2000년 전 누군가 파피루스에 쓴 편지, 무덤에 새긴 추모의 말, 시장에서 오간 계약서, 당대 철학자들의 글 등 수많은 고대 문헌을 읽으며, 신약성서 저자들이 걸었던 거리의 공기를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기록한 문장들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AI가 무엇이든 번역해 주는 시대에 굳이 헬라어를 배워야 하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어는 방대한 데이터로 학습되는 반면, 고대 헬라어 문헌과 연구 자료는 그 양이 매우 적습니다. AI는 이 맥락의 빈틈에서 유독 자주 넘어집니다. 그럴듯하게 말하면서도 없는 것을 지어내기도 합니다. 역설적으로 AI 시대이기에 헬라어 기본기가 더 중요해진 셈입니다. 알고리즘이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텍스트를 직접 읽어 내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가 있습니다.
『헬라어의 시간』은 신약성서와 그리스도교 문헌은 물론 고대 철학과 수사학, 그리스-로마 종교 문헌을 헬라어 원문으로 읽어 온 제 공부의 작은 결실입니다. 신약 시대에도 쓰였고 오늘날도 쓰이는 말들 가운데 상당수가 실은 의미와 뉘앙스에서 적지 않은 간극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는 같은 단어를 읽으면서도 고대인과는 전혀 다른 심상을 떠올립니다. 이 책은 바로 그 간극을 비춤으로써, 번역에 가려진 풍경을 드러냅니다. 원문을 공들여 읽는 여정이 어떤 선물을 안겨 주는지, 이 책과 함께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자소개
서울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공부한 뒤 목회자의 길을 걷고자 신학대학원에 진학했으나, 공부할수록 깊어지는 학문적 갈증에 이끌려 전문 연구자의 길을 택했다. 시카고 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에서 문헌학과 역사비평을 중심으로 철저한 학문 훈련을 받았다. 박사 학위 논문은 독일 모어 지벡(Mohr Siebeck) 출판사의 WUNT II 시리즈로 출간되었고, New Testament Studies, Novum Testamentum, Zeitschrift fur die neutestamentliche Wissenschaft, 「신약논단」 등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역사와 문헌을 공부하며, 종교학·헬레니즘 철학·고전 수사학·그리스-로마 종교 등 인접 분야와의 학제간 연구에 힘쓰고 있다. 한국신약학회 「신약논단」 편집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갈라디아서』(비아토르)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N. T. 라이트 갈라디아서 주석』(복 있는 사람), 『초기 유대교』『바울에 관한 새관점』(감은사), 『역사적 그리스도와 신학적 예수』『예수의 마지막 날들』(비아)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며
1. 존재의 전복
명예τιμ?: 남을 깎아내려야만 내가 산다?
하나님에 의해 알려진 바γνωσθ?ντε? ?π? θεο?: 그분이 나를 먼저 아셨다
클레토스κλητ??와 아가페토스?γαπητ??: 신자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이름표
어린이παιδ?ον: 사회적 죽음을 껴안은 예수
케팔레 고니아스κεφαλ? γων?α?: 머릿돌인가 이맛돌인가
2. 관계와 윤리
우정φιλ?α: 목숨을 걸고 진실을 말하다
용서?φ?ημι, ?φεσι?: 감정이 아닌 법적 탕감
피스티스π?στι?: 충성과 신뢰
자족α?τ?ρκεια: 파도 속에서 중심을 잡는 판단력
도키마제인δοκιμ?ζειν: 분별하는 지성의 탄생
3. 하나님과 예수의 ‘감정’
혐오μ?σο?: 존재의 소멸을 바라는 것
분노?ργ?: 하나님의 분노, 그 오해된 감정에 관하여
스플랑코니조마이σπλαγχν?ζομαι: 애끊는 자비
4. 종말과 시간
십자가에 달려 계신 자Χριστ?? ?σταυρωμ?νο?: 결코 멈추지 않는 완료 분사
희망?λπ??: 희망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구원
프뉴마적인 몸σ?μα πνευματικ?ν: 천상의 물질?
카이로스καιρ??: 모든 순간을 하나님의 타이밍으로
구원σωτηρ?α: 멸망에서 보존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