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이정표 - 제7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작품 속에 그려지는 인간상을 보고 숨을 삼켰다.”-오승호 (고 가쓰히로)
『밤의 이정표』는 작가의 10주년 기념작인 만큼 범상치 않은 이야기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등장인물이 세상과 대치하는 가운데, 본래 만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의 운명이 교차하며 예상치 못한 전개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형사가 범인을 쫓는 직선적인 추리소설과는 거리가 먼, 훨씬 정교하고 탄탄한 사회파 미스터리를 선보인다. 구체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요코하마 시내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도가와가 살해당한다. 도가와의 학원은 학교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 지적, 정서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 등교를 거부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개별 지도 학원이다. 도가와를 살해한 용의자는 아쿠쓰 겐으로 그는 12세부터 17세까지 도가와의 학원에 다녔던 제자다. 살해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2년이 지난 지금도 수사는 진행 중이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자해 공갈을 강요받는 초등학생 하시모토 하루. 그런 하루는 근처 반지하 방에 숨어 사는 미지의 남자에게서 반찬을 얻어 먹으며 매일을 살아간다. 그리고 하루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 자신 탓이라고 자책하는 친구 나카무라 요스케. 지하실에 살인범을 숨겨 주는 도요코. 그리고 형사 오야가 마침내 도달한 도가와의 살해 동기는 무엇인가? 엇갈린 운명이 갈라놓은 서스펜스의 끝은?
이야기의 끝에는 경악할 만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데…… 마지막 반전을 접하고 밝혀지는 무거운 진실은 사회파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이야기를 쓰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아시자와 요
2016년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로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후보 및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5위에 오르고, 2018년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등으로 제7회 시즈오카 서점대상을 수상한 아시자와 요는 2020년에는 『더러워진 손을 거기에 닦지 마』로 제164회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거머쥔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2024년 기준 작가 생활 13년 차인 아시자와 요는 근래에 “무엇을 쓰느냐보다도 어떻게 쓰느냐로 의식이 바뀌어 왔다”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데뷔 10주년 기념작인 『밤의 이정표』는 아시자와 요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작가 인생의 전환점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실제로 ‘어떻게’ 쓰느냐, 즉 쓰는 방법에 관해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가령 『밤의 이정표』를 집필과 관련해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것에 처음 도전했다고 한다. 작가의 인터뷰를 직접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소설의 몇몇 장면이 단편적인 영상으로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차례로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초반의 농구 장면, 소년이 차를 향해 뛰어드는 장면, 반지하 집 화단에 소년이 웅크리고 있는 풍경 등, 이미지를 그림으로 만들어 눈앞에 늘어놓고는 이야기의 순서를 생각하거나, 이 남자는 어떤 사람일까, 이 아이는 왜 아버지에게 자해 공갈을 강요받고 있는 걸까 하는 식으로 등장인물의 배경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단편적인 영상에서 출발해서 그런지 어떤 때는 미스터리가, 어떤 때는 소년의 성장담이, 또 어떤 때는 러브스토리가 펼쳐지며 각 이야기들이 교차되고 중첩된다. 여러 장면에서 시작한 수수께끼투성이였던 이야기가 점점 선명해지고 각자의 사정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가령 반찬 가게 여자가 반지하의 남자를 숨겨주고 있었고, 도주범은 소년에게 반찬을 내어주고 소년과 내밀하게 교류한다.
아시자와 요는 자기 자신도 계속 손으로 더듬어가며 썼다고 말한다. 한 장면의 수수께끼를 풀면 그것이 이야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작품을 계속 쓰면서, 그래서 ‘이 장면이 필요했던 거구나’라며 새로운 발견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밤의 이정표』는 작가의 작가 생활에서 하나의 이정표 역할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