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탑의 살인
전통적 추리소설의 계승과 혁신을 동시에 이룬 본격 미스터리 수작
『수상탑의 살인』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존 딕슨 카의 『세 개의 관』으로 대표되는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와 밀실 살인이라는 추리소설의 ‘불가능 사건’ 수수께끼를 현대적 감각으로 보여 준 작품입니다. 특히,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불가능 범죄라는 정통 본격 미스터리의 요소를 가미했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아야츠지 유키토를 선두로 하는 일본의 ‘신본격 미스터리 소설’이 보여 준 정교한 트릭과 미스터리 구성을 계승하면서도, 이 작품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지구 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 위기를 소재로 삼아 독자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게 하며 문제의식까지 절묘하게 녹여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단순히 기후 위기를 언급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고, 이를 작품 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제목에서부터 일본의 신본격 미스터리의 거장들에게 바치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작품은 사건의 무대 또한 특별합니다. 기후 위기와도 결부된 이 건물은 딱히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본격 미스터리의 무대로서는 아주 적합할 것입니다.
이 작품은 기존의 본격 미스터리가 가진 구조를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감행합니다. 여타 본격 미스터리와 달리 이 작품은 탐정 1인칭으로 전개되며 여기에 탐정역을 거부하려는 냉소적인 캐릭터까지 더해져 독자에게 신선함과 재미를 안겨 줄 것입니다. 거기에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함께 탐정의 논리적인 추리,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의외의 진상은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합니다.
『수상탑의 살인』은 미스터리 소설의 본질적 재미를 충실히 구현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며 본격 미스터리의 다양한 면을 보여 줄 것입니다. 본격 미스터리의 팬은 물론 한국 추리소설의 새로운 흐름에 관심 있는 독자들께 강력하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