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젠가
청춘들이 위태롭게 쌓아 올린 유리 젠가, 그 사이를 파고드는 빛으로 건네는 마음이 있다. 작가는 눈이 시리도록 투명한 그 길을 걷는 이가 결코 당신 혼자가 아님을 보여준다. 함께하는 마음이 모여 홧홧한 믿음이 되고, 결국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게 될 것이라는 다정한 위로를 전한다.
〈시체놀이〉
“죽지 않은 피부는 죽음의 색을 벗겨내자 다시금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반복되는 취업 실패를 겪으며 ‘꿈을 좇는 삶이 아닌, 되는대로 살아지는 삶’을 살던 주인공. 죽음의 그림자를 입고 주변인으로 배회하는 와중 작고 단단한 존재들을 마주한다. 그녀는 어떠한 것으로도 대체되지도, 소멸해버리지도 않을 제 존재를 확신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유리 젠가〉
“네 나이 서른여섯인데, 이제 또 누군가와 연애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여자로서는 거의 마지노선이잖아.”
평범한 30대 후반 직장인 소영은 오래된 연인과의 권태기를 겪으며 좌절하고 아파한다. 영원히 지속될 달콤한 사랑이 과연 있을까? 눈이 부시도록 빛나면서도 위태로운 그 사랑을, 이젠 다시 믿어보려 한다.
〈달팽이 키우기〉
“서울에 내 집 마련은 힘들지만, 너를 위한 집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코로나 이후, 암담한 현실을 마주한 젊은 연인은 부서진 패각 안으로 자꾸만 숨으려 한다. 공기마저 냉랭한 그들의 공간에 들어온 작은 생명체는 자꾸만 새로운 다짐을 움트게 한다.
〈발효의 시간〉
“마음의 반죽처럼 둥글게 부풀어 발목까지 쌓인 눈 위로 아직 그 누구의 발자국도 남겨져 있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 진심과 정성을 담은 삼 대의 반죽이 독자의 마음속에서 부풀어 올라 행복의 향기를 풍기는 것처럼. 삶의 방향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우리는 각자가 서 있는 이곳에서 묵묵히 걸어 나갈 것임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