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생각합니다 - 음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편견 없이 음악을 대하려면,
음악에 대해 생각을 좀 해야 합니다“
우리가 음악이라고 부르는 것들에 관한 여덟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
“우리가 ‘음악’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연 ‘어떤 음악’을 말하는 것일까?”
음악의 정의에 관한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끊임없이 음악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사유하기를 권한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고 있던 음악에 관한 다양한 원칙과 개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소음을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악보는 음악과 같은 것일까? 음악은 분석하지 않고 그저 느껴야 하는 것일까? 음악에 정답이 있을까, 그래서 틀린 음악도 존재할까?
으레 음악이라고 하면 연주하거나 작곡하는 생산자 입장, 감상하거나 관람하는 소비자 입장의 두 형태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음악을 좋아한다면, 혹은 좋아하고 싶다면 음악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음악에 대해 생각하고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음악을 더 많이 사랑하고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을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은가요?
우리 모두는 정말로 ‘음악적’입니다
이 책은 ‘인간과 음악적 상상력’이라는 이름으로 한양대학교에서 진행해온 교양과목의 내용을 정리하고 보완한 것이다. 교양과목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음악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쓰였다.
흔히 클래식 음악을 떠올렸을 때, 많은 비전공자 혹은 일반인들은 덜컥 겁을 먹곤 한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려면 음악사조를 알아야 할 것 같고, 가사도 없는 음악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떤 연주가 좋은 연주인지 아닌지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할 것 같다. 저자는 바로 이런 지점을 안타까워하며 음악에서 상식이라 일컫는 개념과 편견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화두를 던진다. “음악 경험의 경이로움은 남겨놓되, 음악이 특별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만의 경험이라는 생각을 완전히 벗겨내고”자 한 것이다.
저자는 평범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결혼기념일을 기념하고, 매해 첫날 새로운 결심을 하고, 1년에 한 번씩 생일을 챙기는 사람이라면, 모두 상당한 음악성을 갖춘 사람이라고 우리를 안심시킨다. 기념일이나 생일을 챙기는 게 음악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의문이 들겠지만, 결국 음악가란 “멜로디, 리듬, 강약 등의 도구를 통해 물리적으로 일정하게 흘러가는 객관적 시간에 적절한 포인트를 주어 그 시간을 나의 것, 즉 주관적 시간으로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훌륭한 음악가나 음악 애호가가 될 자질이 충분한 사람이다. 일단 긴장을 풀고 다소 엉뚱해 보이는 질문들에 답을 찾아가다 보면, 음악을 좀 더 자유롭게 애호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에 틀리고 맞는 문제는 없습니다
성숙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만 있을 뿐
‘음악에도 사투리가 있나요?’라는 질문에서 느낄 당혹감은 한마디로 요약하기 어렵다. 왜 음악에서 사투리를 찾아야 하는가, 사투리가 있는지 판단하려면 음악이 언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음악은 과연 언어인가, 설령 사투리가 있다 해도 그것은 일종의 ‘번외’ 버전이 아닌가. 질문에 대한 수많은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저자는 이 주제를 통해 음악이 가진 권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언어에서 ‘사투리’란, 어쩌다 보니 중심에서 밀려난 ‘주변’의 언어다. 사투리가 존재하려면 표준어라는 기준이 존재해야 하는데, 음악에서도 어떤 것을 표준으로 삼은 탓에 나머지가 된 음악, 즉 사투리가 된 음악이 있다. 우리는 이렇게 표준이 아닌 음악을 쉽게 ‘예외적’이라거나 ‘이국적’이라는 판단으로 묶어버리고, 틀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표준이라는 기준은 체계로서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위한 것이지, 거기서 벗어난다고 해서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서양 음악이 표준어가 되었다고 해서 우리만의 음악적 사투리가 ‘옳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처럼 우리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자리 잡은 ‘표준화된 음악’의 개념에서부터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는 이 책은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라는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음악을 낱낱이 분석하면서 음악과 오히려 더 가까워지는 매직(?)의 연원을 설명한다. 음악회가 시작되면 무대를 제외한 모든 조명을 끄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서 의문조차 든 적이 없겠지만, 사실은 ‘원래’ 그렇지 않았고, 조명을 끄게 된 데에는 음악사적 배경이 있다는 이야기도 이어진다. 추상적인 기악음악을 어떻게 이해하고 감상해야 하는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면, 기악음악이 청중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는지 그 비밀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이 책을 펼치면 음악을 열렬히 사랑하는 다정한 음악학자 정경영 교수님이 강의실로 들어온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이렇게 물을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세요?”
이 간단하고 단순한 질문에도 여러분은 뭐라 답을 해야 좋을지 몰라 우물쭈물할지도 모른다. 내가 음악을 좋아하나? 이 정도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나? 나는 음치라서 노래를 못하지만 듣는 건 좋아하는데, 그럼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 건가?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데 좋아한다고 할 수 있으려나? 음악 전문가가 이런 질문을 하면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하지?
이 책을 읽고 나면 더 이상 이런 고민을 하지 않고 “네, 저는 음악을 좋아합니다”라고 명쾌하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생각하고, 나눈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즐거운 일이며,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에는 다른 어떤 조건도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음악을 ‘생각’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데?”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저는 만족합니다.
그 생각이 우리의 ‘상식’을 벗겨내고,
상식의 역사성을 드러내며, 그 드러난 역사성 위에서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음악성(Musicality)을
자유롭게 누리게 하는 힘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마치며, p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