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여행기 2
책 소개
이집트 기행 장편소설.
깐깐한 시선으로 관찰한 이집트 이야기.
본문읽기
센트럴의 가로등은 대낮에도 훤하게 켜져 있다. 왜 소등하지 않느냐고 경찰관에게 물었더니 온오프 스위치가 고장 났기 때문이란다. 전기기사 불러다가 고치면 되지 그걸 못해서 아까운 전력을 낭비하고 있다. 이즈마일리아 화장실은 지난 3월에도 변기의 물조절기가 고장 나서 아까운 물이 줄줄 샜다. 그때는 물이 새도 반쯤은 고여 있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얼마나 틈새가 벌어졌는지 물이 고여 있을 새가 없이 전부 흘러나가고 있다. 당연히 볼 일을 보고 나서 물을 내려야 되는데 내릴 물이 없다. 나는 그 화장실을 쓸 때는 빨래통을 가져가서 물을 받아 들이붓는데 다른 사람들은 물통이 없어서 속수무책이다. 이 숙소에 어느 정도 머물러서 그 화장실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은 거기서 볼일을 보지 않고 다른 화장실을 이용하겠지만 처음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멋모르고 볼일을 봐놓고는 물이 안 나와서 뚜껑만 덮어놓고 나온다. 그러면 다음 사람이 들어갔다가 기겁하게 된다. 몇몇 직원들에게 이야기 했더니 시큰둥한 반응이다. 다른 화장실을 쓰면 된다는 식이다. 나는 아샤라프에게 화장실을 수리하라고 다그쳤다. 그는 알았다고 했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돈만 있으면 고칠 기술자는 얼마든지 있을 것 아닌가. 정말 답답하다. 이집트가 왜 발전을 못하는지 알만하다. 이틀 후. 저녁 때 밖에 나갔다 돌아오니 이쌈은 다이닝 룸에 사다놓은 새 변기를 가리키며 내일 수리할 거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