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 위대한 한국인 2
전기는 역사의 법정이다!
한국사를 움직인 인물들의 역동적 삶과 사상을 집대성하는 위대한 한국인은 국내 연구진을 총 동원하여 새롭게 시도하는 국내 평전기획물이다. 1차로 100권 기획, 현재 40여 명의 필진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진왜란을 치른 뒤에 봉건체제가 뿌리부터 뒤흔들려 새로운 개편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당쟁은 더욱 굳어져 파당을 이루던 시기를 살았던 허균은 자신의 입신양명의 길을 마다하고 진정한 지식인의 길을 걸었던 선각자였다. 이 책에서는 역사 속에서 무수히 부침한 한 인물로서 오늘날의 거울로 비추어보려는 허균의 사상을 정치, 학문, 문학의 세 분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정치에 대한 허균의 생각은 기성 질서의 재편성과 사회 모순의 개혁이라는 데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또 그는 학문이나 종교에서 유교의 교조성을 탈피하여 다른 학문이나 종교가 지닌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을 주장하였다. 그의 이런 태도는 그때의 사회에서는 경망스럽다는 핀잔을 받았지만 오늘의 우리에게는 오히려 끊임없는 학문의 욕구를 지닌 정직한 지성인의 모습으로 보인다. 문학을 보는 그의 눈도 남달랐다. 그는 그 시대의 통념을 벗어나 소설 따위에도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재래의 방법에만 집착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여러 사상을 포용하는 폭은 이와 같이 넓은 것이었다. 그러나 폭이 넓은 것은 깊이와 체계가 있는 것과는 다르다. 여기에서는 그 깊이 체계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고 학문이나 문학이 획일화된 사회에서 다양성을 추구하고 저마다 지닌 가치를 부여하려 한 그의 의지를 탐구하려는 것이다.
지금 바로 우리나라에는 소인이 없으니 또한 군자도 없다. 소인이 없는 것은 나라에 다행한 일이지만 군자가 없다면 어떻게 나라가 나라답다고 할 것인가 그러지 않다. 아니고말고 군자가 없기 떄문에 소인도 없는 것이다. 나라에 군자가 있다면 소인이 감히 그 행적을 가릴 수가 없는 법이다.
- 허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