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내 가슴 속에 가늘한 내음...
애끈히 떠도는 내음...
저녁 해 고요히 지는 제,
먼 산허리에 슬리는 보라빛...
오! 그 수심 뜬 보라빛
내가 잃은 마음의 그림자..
한 이틀 정열에 뚝뚝 떨어진 모란의
깃든 향취가 이 가슴 놓고 갔을 줄이야..
얼결에 여윈 봄 흐르는 마음
헛되이 찾으려 허덕이는 날
뻘 위에 철석 갯물이 놓이듯
얼컥 이-는 홋근한 내음!!!
아! 홋근한 내음 내키다마는
서어한 가슴에 그늘이 도나니
수심 뜨고 애끈하고 고요하기
산허리에 슬리는 저녁 보라빛
저자소개
1903년 전남 강진에서 출생하여 휘문의숙과 일본 동경 청산학원 영문과에서 수학하였다. 1930년 『시문학』에서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을 발표하고 등단했으며 첫시집 『영랑시집』(1935)이후 『영랑시선』(1949) 『현대시집』(1950)등을 간행하였다. 정지용, 박용철과 「시문학」동인으로 활동하였으며 1950년 작고하였다.
김영랑의 시는 가냘프면서도 질기고 화사하면서도 애수에 차 있는 순수한 탐미주의적 서정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감상의 시가 아니고 그 정서를 여과·순화한 순수시로, 시상이 곱고 아름다우며 섬세한 어조로 시의 순수 예술성에 접근해 있다.
시어 속에는 남도적 운치가 감도는 방언을 많이 썼으며, 시 창작 기법으로는 시어의 선택·조탁에 힘쓰고, 3.4조 또는 4.4조에 가까운 운율을 담은 음악성을 중시한 점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