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에서 눈을 뜨다
제가 문학을 직접 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요즘처럼 젊은 사람들이 문단의 중심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벌이는 것과 비교해본다면 아주 늦은 나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교지반에서 활동을 하고 월간지 편집 하는 일을 오랫동안 하면서도 문학이 라는 것이 감히 제가 어찌해볼 수 있는 것이라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도 제 속에 문학에 관한한 엄숙주의적 경향이 없지 않아 남아있는 것은 그런 영향 때문일지 모릅니다.
그나마 월간지 편집을 하면서 문인들을 가까이 접하게 된 것이 '나도 한번 써보자'라는 용기를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90년, 서른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직장을 접어버리고 지금은 김정환시인이 교장으로 있는 문학학교에 2기생으로 들어갔습니다. 당시에는 임헌영선생님이 교장이었습니다. 학교 체제는 지금과 많이 달라서 당시 내노라 하는 평론가 소설가 시인들을 그곳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생들을 독자 대상으로 월간지 편집을 오랫동안 해온 경험을 살려 쓴 첫 장편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를 1995년 웅진출판사에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주로 단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문학의 길은 아주 길고 먼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록 더딜지 몰라도 첫 순정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요즘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가의 각오''는 자꾸만 뒤처지는 것 같아 회의하고 자괴감만 늘어가던 저에게 새로이 각오를 다지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새천년을 맞이하고 사이버문학이니 디지털 세상이니 하는 첨단의 시대에 과연 문학은 무엇일까라고 고민을 해보기도 하지만, 아무리 세상이 골백번을 뒤집어 바뀐다고 해도 문학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의미만큼은 크게 바뀌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