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어난 일이다
그냥, 일어난 일이다
추락의 끝에서 발견한 내맡김의 비상
삶은 때때로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를 흔든다.
붙잡고 싶었던 관계가 멀어지고, 믿었던 내가 무너지고, 열심히 살아왔다는 확신마저 어느 날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순간 우리는 묻는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승연하 저자의 『그냥, 일어난 일이다』는 그 질문에 성급한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곁에 앉아 말한다. 어쩌면 삶은 해석하기 전에 먼저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라고. 일어난 일을 붙잡고 원망하거나, 억지로 의미를 만들기보다, 그저 일어난 일로 알아차릴 때 비로소 마음은 조금씩 가벼워진다고.
이 책은 요가와 명상을 오래 삶의 중심에 두어 온 저자가 자신의 흔들림, 상처, 집착, 질투, 관계의 아픔, 수행의 시행착오를 솔직하게 풀어낸 에세이다. 저자는 부산 송도 바다 곁에서 ‘사티 요가 앤 명상 센터’를 운영하며, 요가로 몸을 깨우고 명상으로 마음을 비워내며 얻은 통찰을 글로 엮어낸다. 거창한 가르침보다 삶의 여정 속에서 발견한 작은 깨달음을 소중히 여기며 독자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네고자 한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차 한 잔을 마시는 순간조차 분별하고 판단하던 자신을 바라본다. 숙차인지 생차인지, 좋은 차인지 아닌지를 따지던 마음이 멈추자 비로소 찻잔의 온기, 향기, 목을 타고 내려가는 감각이 살아난다. 이름과 평가를 내려놓을 때 사물은, 그리고 삶은, 있는 그대로 다가온다.
『그냥, 일어난 일이다』의 힘은 솔직함에 있다. “나는 왜 쉬지 못했을까?”라는 고백에서 시작해, 저자는 한때 휴식조차 게으름으로 여기고 자신을 몰아붙였던 시간을 돌아본다. 수행마저 숙제가 되고, 요가마저 인정받기 위한 도구가 되었던 순간들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정직한 고백 속에서 독자는 자신의 모습을 만난다. 쉬지 못하는 나, 비교하는 나, 증명하려 애쓰는 나,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도 괜찮은 척했던 나를.
특히 이 책은 요가와 명상을 ‘멋진 수련’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반다를 억지로 잡으려 했던 몸의 긴장, 완성형 아사나를 쫓다 부상을 겪은 경험, 요가를 자신의 전부라 믿었던 집착까지 담담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마침내 말한다. 요가는 나의 정체성도 전부도 아니었고, 나를 비추는 하나의 거울이었다고.
그래서 이 책은 명상 에세이이면서, 동시에 삶의 과잉 긴장을 내려놓는 회복의 기록이다.
불안할 때 밖으로 달려나가던 사람이 이제 호흡 속으로 돌아오고, 누군가를 미워하던 사람이 그 마음의 뿌리를 바라보며, 완벽한 엄마·딸·아내가 되려던 사람이 아무 이름도 아닌 존재로 머무는 법을 배워간다.
『그냥, 일어난 일이다』는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지친 사람에게 따뜻한 찻잔 같은 책이다. 대단한 결론을 강요하지 않고, 아픈 시간을 미화하지 않으며, 그저 조용히 말해준다.
무너진 것도 삶이고, 멈춘 것도 삶이며,
애써 붙잡지 않아도 우리는 다시 흐를 수 있다고.
추락이라고 믿었던 시간이 어느 순간 비상이 되는 일도,
그냥, 일어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