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이면 - 사람을 읽다, 책을 읽다
▶ 스물네 권의 책, 스물세 명의 사람······
서로를 읽은 내밀한 상념의 흔적과 기록들!
스물네 권의 책과 스물세 명의 조선시대 혹은 조선과 관련된 인물이 등장하는 이 책에는 사람과 책이 서로를 읽은 내밀한 상념의 흔적과 기록들, 스물네 개가 담겨 있다. 책이 인물을 읽는 소재로 기능하기도 하며, 때로는 인물이 책을 이야기하는 방편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에서는 열두 권의 책이 화자가 되어 자신이 본, 혹은 관련 있는 사람 열두 명의 이야기를, 2부에서는 열두 명의 사람과 그와 관련 있는 책, 열한 권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 책이 읽은 사람, 사람이 읽은 책
사람이 책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책을 사람이 읽는다. 그러나 사람이 만든 책이, 자신을 만든, 혹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을 읽을 때도 있다. 다만 그 사실을 사람이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유배지에서 자신이 누구보다 믿었던 임금, 중종이 내린 사약을 받는 날 조광조가 느꼈을 당혹스러움은 그와 생의 상당 부분을 함께했으며 그 순간에도 옆에 있었던 《근사록》이 담담히 서술한다. 갑자사화 때 참형을 당한 최부가 연산군에게 남긴 상소들은 《표해록》의 입을 통해 그의 심리와 생각을 나타내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각 에피소드들은 종결되지 않는다. ‘내가 옳다’는 신념으로 정국을 주도한 조광조가 중종에게 일독을 권했을 정도로 중하게 생각한 《근사록》은 정작 조광조를 ‘너무 지나쳤다’고 평하고 있으며, 《표해록》은 자신을 지은 최부가 연산군에게 한 간언들을 ‘새로 얻은 날들을 소모하는 그의 방식’이었다고 규정한다. 한 달 새에 자식과 아내를 잃은 ‘유학자’ 심노숭의 고뇌는 그가 평생을 읽었을 유교 경전이 아닌 석가세존의 말이 담긴 《능엄경》의 눈과 입으로 구체화되는 역설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 책이 ‘책의 이면’이자 ‘사람의 이면’이기도 한 까닭이다.
▶ 역사적 사실과 작가 상상력의 절묘한 조합!
저자는 사료에 확인할 수 있는 흔적과 역사 인물이 남긴 혹은 그와 관련된 다양한 기록을 통해, 하나의 상황에 처한 인물의 모습, 그의 심리, 주변 상황 등을 재구성하여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서술한다. ‘홍대용과 할러슈타인, 고가이슬의 만남’은 홍대용이 두 명의 서양인에게 보낸 서신을 토대로 재구성되었으며, 그 이야기는 《교우론》의 입을 빌려 묘사한다. 갑신정변 때 급진개화파를 도왔다는 죄목으로 처형당한 이점돌의 이야기는 《추안급국안》을 통해 서술된다. 이는 저자의 재구성과 서술이 근거 없는 비약이나 터무니없는 상상의 산물이 아닌 ‘인물과 사실’의 ‘이면’에 좀더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 책과 사람, 조선을 읽는 또 하나의 창이 되다!
이 책, 《책의 이면》에 소개되는 다양한 책들과 인물들은 각각을 이야기하기 위한 키워드의 역할을 하지만 이는 또한 그들이 존재했던 시대를 조망하는 창이 되기도 한다.
1658년, 제2차 나선정벌의 전말을 담은 신류의 《북정일기》는 약한 나라의 장수, 약한 나라의 군대가 타국의 전쟁을 대신하며 겪은 고난의 기록으로 재탄생한다. 소혜왕후 한씨가 지은 《내훈》은 왕실 여인들의 지침서이기도 하지만 성종 이후 벌어지는 ‘연산군의 파국’을 추측할 수 있는 하나의 단초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또 하나의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