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들풀의 구원 - 부서진 땅에서도 왕성하게 자라난 희망에 관하여

들풀의 구원 - 부서진 땅에서도 왕성하게 자라난 희망에 관하여

저자
빅토리아 베넷 지음, 김명남 옮김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일
2024-07-21
등록일
2024-10-18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51MB
공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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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식물학자 신혜우, 시인 김소연·박준 추천
▽ 2024 노틸러스 도서상 은상 수상

“때로 삶은 부서진 덕분에 자란다는 것을
들풀은 가르쳐주었다”

가난과 상실이 덮친 자신의 폐허를
아름다운 야생 정원으로 일궈낸 어느 시인의 이야기
우리 인생의 모든 계절에 건네는 야생의 위로를 만나다


우리는 자신의 이상적인 정원에 들어맞지 않은 것, 이를테면 외로움과 상실과 모든 분투의 시간은 모두 뽑아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여기, 남들은 잡초라고 부르는 식물들의 한 줌 씨앗을 자신의 돌무지 마당에 뿌린 한 시인이 있다. 망가진 땅에서도 언젠가 무언가는 자라날 수 있다는 한줄기 희망을 걸고.
영국의 시인 빅토리아 베넷(Victoria Bennet)의 아름다운 들풀 에세이 『들풀의 구원(All My Wild Mothers)』이 한국의 독자들을 찾아왔다. 야생 정원을 가꾸면서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상실과 고통을 자연의 생명력으로 바꿔나갔던 10년의 회고를 선연하게 그려낸 에세이다. 저자는 언니의 죽음과 아들의 지병 등 자신이 지나온 삶의 조각들을 치유의 힘을 지닌 90개의 들풀과 연결 지으면서 한 권의 압화집처럼 펼쳐낸다. 회복력을 상징하는 데이지, 역경에 맞설 힘을 주는 서양민들레, 외로움을 물리치는 붉은장구채, 희망을 안겨주는 보리지… 아름다운 들풀로 무성한 야생 정원에 서서 시인은 말한다. “때로 우리는 부서짐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부서진 덕분에 살아갈 수도 있다”고.

■ “망가진 이 삶에서도 무언가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기에”
상실과 가난으로 부서진 땅, 그곳을 들풀 정원으로 가꾼 시인의 10년


우리는 자기 삶이 언제까지고 찬란한 장미 정원으로 남길 바라지만, 그 누구의 정원도 질병과 가난, 이별과 죽음, 실패와 실망이라는 침입종을 피할 수는 없다. 울타리를 넘어 번지는 이 ‘잡초’들은 아무리 뽑아내도 사라지지 않고 수시로 우리를 주저앉힐 것이다. 중년을 앞둔 무명 시인 빅토리아 베넷(Victoria Bennet)의 삶 역시 깊은 슬픔과 가난에 침략당한 폐허다. 세상은 예술가를 직업으로 인정해주지 않아 늘 가난에 허덕이고, 몇 번의 유산 끝에 어렵사리 아이를 가졌으나 태어난 아이는 고작 세살에 제1형 당뇨를 진단받았다. 그리고 출산 두 달 전, 자신과 함께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던 사랑하는 큰언니는 강가에서 카누를 타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베넷은 이 가없는 상실감과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잉글랜드 컴브리아주의 시골 마을에 지어진 공공 주택 단지로 이사하기로 결심한다. 그 단지는 과거 석공장 터에 지어져서 마당이 온통 돌무더기에, 땅속에는 철근과 석면으로 가득하지만 그녀는 아픈 아들과 함께 그곳을 정원으로 만들기로 한다. 그저 “이 교란되고 망가진 땅에서도 무언가 자랄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베넷은 음식물찌꺼기로 퇴비를 만들고 지렁이의 힘을 빌려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을 준비한다. 비싼 모종은 살 수 없으니 들과 내에 자라는 들풀의 씨앗을 모으고 뿌리째 조심스레 발굴하여 자신의 마당에 옮겨 심는다. 더 이상 슬픔이 자신의 정원을 차지해버리지 못하도록, 언젠가 이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자신과 가족을 치유하는 약이 되어줄 것이라는 한줄기 희망으로.
『들풀의 구원』은 불의의 사고로 언니를 잃은 뒤 아들과 함께 10여 년간 야생 정원을 일구며 진정한 애도와 희망을 얻은 한 시인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다. 유년의 상처와 가난과 상실로 스스로 망가진 땅이라 믿었던 저자는 들풀을 거두어 끈질기게 정원을 가꾸면서 야생으로부터 깊은 위안을 받는다.

■ “우리가 절망하고 슬퍼할 때에도, 야생 정원에서는 무엇이든 자라난다”
한여름의 짙푸른 잡초처럼 희망이 무성하게 자라는 어느 정원의 풍경


“가난의 풀, 우리 정원의 난민, 잡초는 도대체 어디서 태어나 여기까지 왔을까?” 사람이 원치 않는 곳에서 자라는 야생 식물을 일컫는 잡초는 인류 역사에서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재배되고 내쫓기기를 반복했다. 저자의 삶은 도무지 길들여지지 않아 환영받지 못하는 이 교란지 식물들처럼 느껴진다. 어린 시절의 상처와 죽은 언니를 향한 끝나지 않는 애도는 죽은 유령처럼 현재를 떠돌지만, 자신의 돌봄이 절실한 아들을 위해 매 순간 필사적으로 살아내야 한다. 척박한 땅에서도 열매를 맺고 언제 어디서든 뿌리를 내리고, 얼어붙은 땅에서도 되살아나야 하는 잡초의 운명이다.
인생의 불확실함과 무력감에 맞닥뜨렸을 때 시인은 들풀 정원을 가꾸며 스스로를 구원했다. 얼어붙은 흙을 고르고 자생 가능한 토양으로 마당을 다지며 겨울을 보낸 그녀는 드디어 본다. 부서진 흙과 갈라진 바위틈에서 쐐기풀, 우단담배풀, 미역취, 수선화, 창질경이, 석잠풀 같은 것들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그곳에 곤충과 새 등 새로운 생명이 날아드는 모습을. 그리고 콩과 호박과 로즈메리가 식탁을 향기롭고 풍성하게 채우고, 들풀의 꽃과 열매와 씨앗이 잼과 수프와 술과 차와 물약으로 돌아오는 현실을. 회색 돌뿐이던 그들의 정원이 재생과 희망의 약초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베넷은 이토록 경이로운 정원의 마법 속에서 천천히 자신을 치유하면서 큰언니를 온전히 애도하고 지금까지 가족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되새기게 된다. 그리고 지병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라나는 아들을 바라보며 확신한다. 결코 “우리는 망가지지 않았다”고. 그리고 “때로 우리 삶은 부서짐에도 불구하고 자라는 것이 아니라 부서진 덕분에 자라날 수도 있다”고.

■ “회복을 위한 데이지, 역경에 맞서는 서양민들레, 외로움에는 붉은장구채…”
당신 인생의 모든 계절에 건네는 90가지 들풀의 위로


“썩은 구근이 있다면 살아나는 구근이 있듯이” 한 생명이 가고 한 생명이 다가오는 자연의 섭리는 경이로운 동시에 가혹하다. 왜 삶은 사랑하는 존재를 주었다가 다시 앗아가는가. 가슴을 찢는 애도 속에서도 육아는 삶의 환희가 되고, 아이가 한 뼘 자라나면 부모와의 이별은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저자는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애도와 모성을 야생의 순환에 비유하며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울부짖듯 노래한다. 삶의 무게를 이고 지며 살아온 한 인간의 길들여지지 않는 형형한 야생성 앞에서, 독자는 어느새 자기 삶의 볕과 그늘을 툭 하고 터놓게 된다. 야생의 에너지로 응축된 저자의 문장은 번역가 김명남의 유려한 번역으로 다시 태어나 깊은 울림을 전한다.
베넷은 이 책의 서두에서 자신이 뿌린 씨앗이 정원을 이룰지 알지 못했듯, 우리에게 손에 쥔 것이 고작 한 줌 잡초 씨앗일지라도 희망으로 자라날 무언가를 그저 “심어보라”고 권한다. 회복력을 상징하는 데이지, 역경에 맞서는 서양민들레, 외로움을 물리치는 붉은장구채… 저자는 90가지 들풀의 이름과 모습, 약초학에서의 쓰임과 주술적 의미를 자기 삶의 이야기와 연결 지음으로써 독특한 구성의 회고록을 완성시켰다. 우리 발밑에 있었으나 알아차리지 못했던 존재들, 지나쳐온 소중한 삶의 가치들을 눈여겨보길 바라는 섬세한 의도에서다. 현재형으로 쓰인 90편의 짧은 글들은 들풀 고유의 아름다움을 나타낸 판화 그림과 어우러져 마치 한 권의 아름다운 압화집을 보는 듯하다. 여기에 한국어판에 특별 수록한 식물세밀화가 조아나 작가의 일러스트가 더해져 들풀 정원을 거니는 듯한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

■ “무엇이 될지 모르는 씨앗일지라도, 희망을 심는 마음으로”
부서지지 않는 모성, 그리고 세상 모든 ‘야생의 여자들’에게 보내는 연대


저자는 정원을 가꾸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가난하고 부족한 어머니일지라도 아이게는 충분히 비옥한 토양이 될 수 있음을 믿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도록 지지와 사랑을 보내주었던 ‘야생의 여자들(Wild Womens)’을 떠올린다. 바로 “아무 표시도 없는 봉투에 야생화 씨앗을 모아 정원 가장자리에 뿌리는” 의외성의 즐거움을 가르쳐준 어머니, 아무리 힘든 경험도 이로운 것으로 바꿀 줄 알았던 큰언니와 힘들 때마다 투사처럼 달려와 자신을 보호해주었던 언니들, 그리고 자신과 함께 목소리를 내어주는 친구들 말이다. 베넷은 어머니의 정원에 심겨 있던 당개나리 꽃가지를 꺾어 자신의 정원에 심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마을에는 큰 홍수가 나서 정원은 다시 만신창이가 되지만, 당개나리는 죽지 않고 다음 계절에 꽃을 피울 것이다. 그렇게 하나의 생명이 가고 새로운 생명이 이어진다.
어머니 식물에게 위협이 닥치면, 식물은 미래에 자식 식물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 기억을 씨앗 속에 남겨둔다고 했다. 저자는 어둠에 지지 않고 희망을 지켜냈다는 기억, 돌과 쓰레기와 모든 망가진 것으로부터 정원을 길러냈으며, 게다가 그 정원이 번성했다는 기억을 이 책에 씨앗처럼 남겼다. 그리하여 정원이 가르쳐준 인생의 진실을 우리에게 전한다. 달리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을 때에는 앞으로 자라날 희망을 심어보라는 바로 그 진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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