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카타의 세 사람
★ 편혜영, 마거릿 애트우드, 오프라 윈프리 강력 추천
★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 <뉴욕 타임스> <아마존> <릿헙> 선정 올해의 책
★ 전미도서상, 전미비평가협회상, 미국도서관협회상 노미네이트
★ ‘미국 북클럽 퀸’ 제나 부시 헤이거가 선택한 단 한 권의 소설
★ <뉴욕 타임스> <시카고 리뷰 오브 북스> <USA 투데이> <월 스트리트 저널> <가디언> <워싱턴 포스트> <뉴요커> <타임> <커커스 리뷰> <보스턴 글러브> <하버드 리뷰> <CNN> <릿헙> <O: 오프라 매거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보그> <엘르> <하퍼스 바자> 등 영미권 유수의 언론과 문단의 압도적 호평을 받으며 문단을 뒤흔든, 정통 서사시의 부활을 알린 소설!
“21세기 찰스 디킨스의 등장을 알린 역작. 한 여자를 괴물로 만들고 공동체를 침묵시키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눈이 아니라 피부로 느껴지는 소설.”
―타임스
한번 휩쓸린 여론은 무엇을/누구를 어디까지 내몰고 쓸어버릴 수 있는가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인생이 영원히 바뀐 세 영혼의 거짓말 같은 운명
이 소설은 중산층을 꿈꾸는 가난한 젊은 여성, 정치권력을 쥐고 싶어하는 소시민 중년 남성, 유명한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 히즈라(트랜스 여성) 등 세 명의 인물의 운명이 기차 테러 사건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소설은 강렬한 사건과 함께 시작한다. 지반은 빈곤한 환경 때문에 중등학교를 중퇴한 뒤 쇼핑몰 직원으로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밤 그녀의 집 근처 기차역에서 테러 사건이 일어나 기차 승객과 주민 100명 이상이 사망한다. 지반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사건에 대해서는 분노하면서도, 정부의 대처를 원망하며 울부짖는 피해자와 유족에 대해서는 건조한 반응을 보인다. 이에 지반은 공명심과 흥분에 휩싸여 짤막한 코멘트를 올린다.
“경찰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면,
죽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본다면,
정부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뜻 아닌가요?”
그뿐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한밤중에 경찰이 들이닥쳐 지반을 체포해간다. 느닷없이 체포된 그녀에게 씌워진 혐의는 ‘국가에 대한 범죄’와 ‘선동’이다. 그녀가 페이스북을 통해 기차 테러 사건의 범인과 대화를 주고받았으며, 그 범인이 기차 안에 폭탄을 던질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혐의를 전부 거부하지만, 경찰의 추궁과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테러리스트와 폭탄 테러 사건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는 거짓 진술서에 서명을 한 뒤 구치소에 갇힌다.
운명, 편견, 계급, 부패, 군중, 그리고 정치적 극단주의의 불길이 덮친 세계
그 불타는 소용돌이에서, 한 여자의 가장 절박한 소송이 시작된다
지반이 테러 사건의 주요 용의자로 지목되어 언론에 등장하면서 각종 증언들이 쏟아진다. 그녀가 기차역 플랫폼에서 등유통으로 추정되는 짐을 안고 서성이는 것을 목격했다는 둥, 그녀가 기차역에서 어떤 남자와 은밀히 대화하는 것을 본 것 같다는 둥… 증언은 모두 추정에 의한 것들이다. 그녀는 경찰, 변호사, 검사, 판사에게 자신이 그날 기차역에 갔던 것은 맞지만 보따리 속에는 영어 교과서가 들어 있었고, 배우 지망생 친구인 ‘러블리’에게 영어를 가르치러 가는 길이었다고 주장한다. 이제 지반을 구할 수 있는 것은 러블리의 증언뿐이다.
진범들은 이미 국경을 넘어 경찰이 추적할 수 없는 상황. 경찰이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지반뿐이다. 악화일로의 상황을 막기 위해 러블리는 용기를 내 법정 증언대에 오른다. 학교를 다니지 못해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던 러블리는 벵골어와 서툰 영어로 법정에서 증언한다. 자신이 영어를 배워야 했던 이유와 선량한 지반이 자발적으로 해준 영어 과외에 대해.
하지만 젊은 여성의 테러 공모라는 자극적인 이슈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지반에 대한 여론이 더할 수 없이 나빠지면서, 러블리의 용기 있는 증언은 힘을 잃는다. 게다가 진실을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배우로서의 생명을 걸어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에 러블리는 증언을 계속해나갈 것인지 고민에 빠진다. 유명한 배우가 되는 것이 삶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러블리에게는 너무 위험한 문제다.
더 나은 생활과 발전을 꿈꾸는 사람들, 체계적인 변화를 막아서는 사람들
부(富)에 대한 욕망과 가짜 뉴스의 세계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우리 시대의 초상
한편 한때 지반을 가르쳤던 체육 선생이 있다. 그는 지루하고 무력한 삶에 염증이 나 있는 상태다. 학교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과목을 맡았다는 생각에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며 직업적 소외감도 느끼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극우 정당인 국민복지당 집회에 참석해 정치적으로 고양되는 경험과 중요한 인물로 거듭나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그는 정당정치 활동에 푹 빠져든다. 마침 이즈음 그에게 지위와 계급을 한 계단 오를 기회가 찾아온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피고인들에 대해 위증을 하는 것, 그리고 한때 자신의 학생이었던 지반에 대해 위증을 하는 것. 체육 선생은 법정에서 지반이 실제로 테러를 저질렀을 법한 인물이라고 암시하기만 하면 확실한 보상이 따라오리라는 약속을 받는데…
지반은 누명을 벗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러블리는 용기 있게 증언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까. 체육 선생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어디까지 가게 될까. 그를 멈출 수 있을까. 인물들에 대한 사려 깊은 시선 속에서 궁금증과 공감이 점점 증폭되는 이 작품은, 한 사람의 인생이 권력의 그림 속에 얽혀들어갈 때 어디까지 뻗어나가거나 부서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더없이 정직하고 눈부신 소설이다.
이야기 진행 자체의 흥미진진함과 더불어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깊이 있는 주제 의식이다. 타락한 포퓰리즘 정치, 허영 가득한 영화/방송 산업, 진실을 은폐하고 희생양을 찾는 정치권 및 사법 체계 등 현대사회에 대한 초상은 지역의 경계를 넘어 수많은 사회에 적용 가능한 시대적 통찰이다. 여기에 가짜 뉴스, 여론의 포화, 언론 재판 등 현대사회 작동 방식의 무서운 유사성이 우리 독자들의 허를 찌른다.
기차 폭탄 테러라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기에 범죄를 저지른 테러 집단 역시 금방 드러나야 한다는 고전적 요청, 지반에게 씌워진 누명은 갖은 고초와 여러 사람의 노력 끝에 벗겨질 것이라는 권선징악적 희망, 이 모든 서사가 한 편의 소동극일 것이라는 현대적 예감… 이 모든 예상을 물리치고 소설은 현대사회의 부조리극으로 변모해간다. 지반의 자기 변론은 점점 불가능해지고, 가짜 뉴스와 군중-여론은 테러 사건의 범인을 (그게 누군가가 됐든) 지목하는 것으로 자신만의 정의(正義)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가 오랫동안 벼려낸 문장 감각도 눈부시다. 작가는 짧고 건조한 문장을 직조해 궁금증과 비애감을 고조시키고, 망설임 없는 속도감으로 독자를 몰입시키며, 소란스러운 가운데 고독한 사회와 사람의 모습을 슬프고도 아름다운 여백 속에 담아냈다. 지반의 고통과 러블리의 혼란은 1인칭으로, 마지막까지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체육 선생’은 3인칭으로 서술한 것도 이 같은 전략 속에 자리한다. 이 같은 작법은 죄를 물을 수 있는 진범은 사라지고 희생자만 남은 비극적 사건, 그리고 인물들의 생사가 달린 절박한 운명을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고안한 무심하면서도 거리감 없는 서술 전략이리라. 나아가 이는 더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아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끌기 위한 작가의 깊은 고민과 용기의 산물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세계에서 어느 자리에 붙들려 있는가? 그리고 끝끝내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