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국 여인과 대륙
앙리 피에르 로셰가 <줄과 짐>에 이어 집필하고 발표한 두 번째 소설이자 완성된 형태로는 마지막 소설로, 그가 죽기 3년 전인 1956년에 발표됐다. 로셰는 1900년~1920년에 작성한 수첩과 일기, 편지를 토대로 1954년~1956년에 이 소설을 집필했고, 소설도 온전히 일기와 편지로만 구성되었다.
다분히 주관적이고 감상적일 소설의 태생적 한계를 구하는 것은 간결함과 속도감이다. 접속사와 형용사를 최대한 배제한 채 달리듯 이어지는 간략하고 단선적인 문장들로 로셰는 섣부른 설명을 피하며 등장인물들의 내밀하고 치열한 감정들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데 성공한다.
<두 영국 여인과 대륙>은 출간 시기와는 반대로 연대상 <줄과 짐>에 앞서 있다. 실제로 전작에서 삼각관계에 있는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이미 원숙한 사랑과 우정과 욕망을 그렸다면, 이 소설은 막 사랑을 시작하는 두 여자와 한 남자를 통해 미지의 감정인 격정과 이 격정을 애써 잠재우려는 의식적인 억압의 되풀이 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한다.
처음이고 청춘이기에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시작도 되기 전에 지레 끝을 냄으로써 함께 삶을 관통하지 못한 사랑의 회한을 특유의 아름다운 시적 문장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은 로셰의 작품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깊이 이해했던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프랑수아 트뤼포에 의해 1971년 영화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