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리 얄라셩
짱돌을 던질 수 없다면 표를 던져라! 투표(投票)하라!
다음 독자들께 이 책을 바친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치질로 수술 받는 환자 25 만 명. 여기에다,
수술받기가 두렵고 귀찮아 참고 있는 환자 포함 100 만 명. 여기에다,
그 환자 때문에 마음 아픈 가족들 (환자 1인당 5명) 포함 500 만 명. 여기에다,
2012년부터 앞으로 적게 잡아 10년 만 계산해 연인원 5000 만 명.
이 모든 환자들과 그 가족들께 이 책을 우선 바친다.
(이 대목에서 당신이 한번 미소 지었다면, 이 글은 제 역할을 다 한 것!)
-생전 철학수업은 들어본 적 없고, 철학책은 읽어본 적 없어,
철학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마치 치질로 고통 받는 것처럼,
불편한 독자들께 바친다.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온 듯한 채식주의에 이제 막 관심을 가지게 독자들께 바친다.
-탈모로 고통 받으면서도 의연히 버티고 싶은 독자들께 바친다.
-개그우먼 곽현화 씨의 팬들께 바친다.
-선거에서 왜 투표해야 하는지 논리가 좀 더 궁금한 독자들께 바친다.
내똥철학과 개똥철학 사이 삼엄한 긴장 속, 우물에서 숭늉 찾아 길어 올린,
미주알이 졸밋하게 만드는, 이야기들.
치질과 변비와 반야심경
예수는 이렇게 가르쳤다. “너희 중에 머리숱 없는 자들만 저 여인을 돌로 쳐라!”
웃음은 우리의 뇌가 진리를 만날 때 살짝 일으키는 떨림 같은 것.
그래서 노자(老子)는 ‘웃기지 않으면 진리가 아니다’고 했을 것.
여는 말
함께 웃자고 하는 농담들입니다. 저를 스쳐지나가 흩어지려는 것들이었는데, 엔트로피 법칙에 저항하며 이 작은 책에 모았습니다. 독자들께서 이 농담들을 읽는 동안 낄낄거리며 웃고, 아주 가끔은, 어쩌면 한 번 쯤은, 무릎을 치며 동감하고, 그러는 동안 몸에서 엔도르핀이 겨자씨만큼이라도 샘솟을 수 있다면 저는 다행입니다. 다 읽은 다음 혹시나 이 책을 태워버려야겠다고 (분서 焚書해야겠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제게 지나친 영광입니다.
똥, 치질, 섹스, 채식주의, 담배 끊기, 탈모 이런 뜨거운 주제들을 철학적으로 잘 다스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자, 그리고 우리는 빨갱이가 아니라 대장부가 되고 싶었을 따름이고, 우리는 모두가 정치인이니, 악법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선거에서 꼭 투표하자, 이런 정도가 여기 농담들의 겉에 흘러가는 의미이긴 합니다. 하지만,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실컷 웃은 후, “그 개그가 재미는 있는데 의미가 없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것이 지나친 요구이듯, 이 책의 농담들의 일차 목표는 오직 웃음만이라는 걸 기억하시고 지나친 기대는 삼가 주십시오. 혹시나 이 책이 철학과 조금 관련이 있다고, 여기서 인생의 지혜나 위안 같은 걸 기대하신다면 그건 저자의 뜻을 정확하게 오해하신 것입니다. 물론, 독자들께서 오해하셔서 그런 지혜나 위안을 발견하신다면 제가 말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생각합니다.
제 소박한 욕심은 이렇습니다. 독자들께서 이 책을 일단 한번 집어 들면, 스마트폰으로든 종이책으로든, 제가 쪽 마다 고르게 심어 놓은 웃음 코드에 이끌려 낄낄거리다 어느 틈에 마지막 쪽까지 다 읽어 가버리는 것. 혹은 훨씬 적은 수의 독자들께서는 제가 또한 고르게 심어 놓은 격분 코드에 이끌려 씩씩거리다 어느 틈에 마지막 쪽까지 다 읽어 가버리는 것.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새 마지막 쪽까지 다 읽어버린 독자들께서 “속았다!”고 느끼고는 “어, 이거 뭐지?”라고 잠시 당황해 하시는 것이 저의 욕심입니다.
너무 과한가요? 이 험한 세상, 낄낄거리든 씩씩거리든, 잠시나마 독자들께서 자신을 잊은(무아 無我의) 경지에 몰입할 수 있게만 해드린다면 책값은 한 것 아니겠습니까? 300 페이지짜리 책 한 권을 다 읽어도 건질 말이 세 문장도 안 되는 책들이 수두룩한 세상에 적어도 세 번은 통쾌하게 웃겨드리면 책값은 한 것 아니겠습니까? 삶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밥 한 술을 달게 받기 위해서는 밥값을 해야 하고, 책을 내면서는 책값을 해야 한다고 제가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중략)
자, 그럼, 21세기 뉴욕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길어 올린 내개똥철학으로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