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맞은 편
공무도하 公無渡河 (님이여 그 물을 건너지 마오)
공경도하 公竟渡河 (님은 그예 물 속으로 들어가셨네)
인간은 도하渡河의 존재입니다. 강의 이 편에서, 막막하고 낯선 맞은 편으로, 기어이 물살을 가르는, 삶을 삽니다. 그 길은 위험합니다. 때로 눈물샘이 축축한 슬픈 순롓길이기도 합니다. 강의 그 셈할 수 없는 넓음과 깊음으로 우리를 두렵게 합니다. 매일같이 무력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또한 도하를 멈추지 않습니다. 매일처럼 우리의 영혼은, 또 이 투박한 물살을 애써 건넙니다. 왜일까요.
무리지어 강을 건너는 초원의 동물들을 한번 떠올려보십시오. 그들의 위험천만한 도하를 하는 이유는, 맞은 편에 분명 기름진 풀밭이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들은 압니다. 그 깊고 내밀한 기억 밑바닥에 ‘본향’이 서려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도, 이 너른 강을 건넙니다. 물살 가르는 순례의 짐짓 끝트막에, 꿈꾸어오던 ‘본향’이 있음을 압니다. 강 이편의 허망한 욕망의 대지는 그리스도인의 땅이 아니기에,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결국 본향을 꿈꾸며 거니는 ‘유목’입니다. 정지용 시인께서 꿈꾸던 고향, 어머니 밥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그 곳 말입니다.
이 책은, 그 꿈의 도하를 막 시작하시려는 이를 위해 마련하였습니다. 혹은 잠시 멈추어섰던 그 지난했던 순례를 다시 꿈꾸시는 이를 위해 준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