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vs 폴 고갱
고흐와 고갱에 관한 책은 이미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은 고흐, 고갱 각각이 아니라 그 둘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미술사가와 정신분석학자들은 흔히 이 둘을 아버지 대 아들, 악당 대 성자, 상상력의 승리 대 현실의 옹호로 대비하곤 한다. 이 책은 주로 정신분석학의 입장에서 고흐와 고갱의 극단적이면서도 미묘한 관계, 그리고 진솔한 그들의 내면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책의 주요 내용은 고흐와 고갱이 두 달 남짓 함께 했던 아를에서의 공동생활이다. 귀를 자르고 병원에 입원한 고흐를 고갱이 떠나면서 끝이 나버린 짧았던 공동생활이었지만, 그들이 서로에게 가진 애정과 질투는 대단하였다.
이 책은 고흐와 고갱이 교환한 작품들(고흐의 불교적 자화상과 고갱의 레미제라블로 이 책의 표지이기도 하다), 둘이 함께 살았던 노란 집, 후기 인상주의 영향을 보여주는 여러 작품들, 똑같은 장소를 나름대로 다르게 그린 알리스칸 등을 통해 영향을 주고 받았던 그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예술사 최고의 라이벌인 고흐와 고갱의 작품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