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사실주의(寫實主義)를 개척한 작가이며 한국 근대 단편소설의 선구자인 현진건의 소설을 전자책으로 읽어보자
그는 1921년 발표한 《빈처(貧妻)》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으며 <백조(白潮)> 동인으로서 <타락자(墮落者)><운수 좋은 날> <불> 등을 발표함으로써 염상섭(廉想涉)과 함께 사실주의(寫實主義)를 개척한 작가가 되었고 김동인(金東仁)과 더불어 한국 근대 단편소설의 선구자가 되었다.
정애(晶愛)는 <신여자(新女子)>란 잡지를 보다가 또다시 미닫이를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시름없이 오는 비는 오히려 아니 그치었다. 하늘을 회칠한 듯하던 구름이 히실히실 헤어져서 저리로 저리로 달아나건만는 그래도 푸른 얼굴은 보이지 아니하고, 머리올 같은 가랑비가 연기나 안개 모양으로 공중에 가물거리고 있었다.
오늘이 공일이라, 모처럼 동물원 구경을 가자고 동무들과 튼튼히 맞추어둔 것이 원수의 비로 말미암아 하릴없어 수포(水泡)에 돌아가고 말았다. 비가 오거든 펑펑 쏟아지거나 하였으면 단념이나 하련마는 시들지 않은 가는 빗발이 부슬부슬 뿌리기만 하기 때문에, 그는 조금만 있으면 개려니, 얼마 안되어 그치려니, 하는 일루(一縷)의 희망을 품고 미닫이가 닳도록 열어보고 또 열어보았음이었다.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소설가. 호는 빙허(憑虛). 대구에서 출생하여 서당에서 한문을 수학, 1910년대 전반에 일본 도쿄 세이죠 중학을 졸업한 후, 다시 상해 호강 대학 독일어 전문부에 입학했다가 곧 귀국한 후 백조의 동인이 되었다.
1920년 개벽에『희생화』를 발표하고 황석우의 혹평을 받았으나, 이듬해 『빈처』를 발표함으로써 작가로서의 지위를 굳혔다. 시대 일보, 동아 일보 기자를 거쳐 1935년 일장기 일장기 말살 사건으로 동아 일보 사회 부장직을 사임할 때까지 신문인으로서도 활약했으며, 실직 이후 폭음으로 얻은 장결핵 때문에 사망했다.
단편으로 『희생화』『빈처』『술 권하는 사회』『유린』『타락자』『피아노』『영춘유』『지새는 안개』『할머니의 죽음』『까막잡기』『운수 좋은날』『B사감과 러브레터』『그리운 흘긴 눈』『불』『새빨간 웃음』『사립정신 병원장』『신문지와 철창』등이 있고, 단편집 「조선의 얼굴」이 있다.
장편 소설로는 『적도』『무영탑』『흑치상지』가 있고, 역사소설『선화공주』를 종합잡지 춘추에 발표했다. 평론으로『신춘 소설 만평』『신춘 문단 소설평』『역사 소설 문제』등이 있으며, 『행복』『조국』등 번역 소설이 있다.
대체로 그의 작품의 특성은 사실주의적 경향, 단편소설의 기틀 확립, 서사적 자아인 나의 1인칭 자기 고백적 형식 및 반어적 대립구조 등으로 규정 지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