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개발과 문명의 이기 앞에 잊혀져가는 고향마을, 그 삶의 원형을 찾아나선다
근대화와 도시화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사회에서 단 하나의 목표가 됨으로써, 오로지 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명하게 우리 삶의 형식을 규정해왔다. 속도와 경쟁만을 부추기는 자본주의적 삶의 양태 속에서는 천천히 삶을 반추하며 사는 느림과 작고 사소한 것의 소박함, 함께 거두고 나누는 공동체적 의식은 슬프게도 계몽 대상일 뿐이었다. 실로 진보된 현대인의 삶의 양식은 콘크리트와 시멘트, 그리고 디지털화된 사이버 공간에 그 서정과 감성까지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규격화한 것이었다. 그 속에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구체적 고향의 현실은 현대산업사회의 문명 앞에 무력하게 해체되고 매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 도시인에게 고향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변함없이 푸근하고 따뜻한 고향마을의 인정과 아름다움이 여전히 그들의 머릿속에 그려질 터이다. 넓게 펼쳐진 논과 밭, 야트막한 동산, 느슨하게 그러나 끝없이 이어진 산등성이, 그리고 매일 밟고 다니던 흙으로 뒤덮인 고샅길.고향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이러한 정경들은 모두 어머니 품처럼 따뜻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실상, 자연과 함께하는 삶 속에 누렸던 질퍽한 우리네 정경들은 개발과 문명의 이름으로 생명이 파괴되고 사람이 떠나고 있다. 글머리에서 밝힌 바대로, 조상대대로 내려오던 문전옥답이 돈 몇 푼에 팔려나가고 정작 토박이들은 산골오지까지 찾아온 외지인들에게 밀려나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젊은이들이 떠난 마을엔 노인들만 남아 마을의 명맥을 겨우 이어가거나, 관광지로 소문이 난 곳은 마구잡이로 개발되고 있다. 제발 우리를 그냥 내버려둬라던 강원도 산골 이장님의 말씀은 정말 이유있는 항변일 것이다. 이 책이 기획된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고향의 정경과 사람의 모습마저 문명의 이기 앞에 인공화되고 전원생활 같은 허위의 욕망으로 포장되어 무의미한 관념 속에 찬양될 뿐, 생명이 태동하는 그 땅을 제대로 밟고 가꾸고 보존하려는 노력과 그 기록은 아직껏 없었다. 이 책은, 자연과 더불어 함께하는 인간의 삶, 하늘이 주는 만큼 자연에서 거두며 살아가는 순리에 따르는 삶의 원형을 찾아나선 기록으로서 의의를 가진다.
저자소개
1962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언론의 민주화가 진정한 민주화의 시작 이라는 생각으로 1987년 한겨레신문에서 언론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시사주간지 <한겨레21> 초대 사진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문화일보 사진부 차장으로 근무중이다. <탈영병의 최후><가평UFO 포착><까치의 헌화><목숨 건 도강 10분><태산 같은 성은의 실족>등 수많은 사진특종으로 보도 사진전 금상을 비롯 삼성언론상 한국기자협회에서 수여하는 이달의 기자상 한국 기자상 한국언론대상 수상경력이 있다.
98년 월간<말>지가 선정한 한국을 이끌어가는 386세대 대표주자의 한사람으로 뽑히기도 했다.
목차
▶ 원형을 보존하며 살아가는 고향마을
경남 남해군 남면 가천마을ㅣ해안 절벽에 걸린 마을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갈론마을ㅣ옛 선비들의 풍류가 살아 있는 내륙의 섬
충북 영동군 상촌면 궁촌 2리ㅣ호도나무가 군락 이룬 오지마을
강원도 양양군 현북면 법수치리ㅣ그 깊음과 맑음에 순응하며 사는 화전민 마을
전남 장성군 북일면 문암리 금곡마을ㅣ박물관에서나 만날 수 있는 순토종 마을
전남 구례군 토지면 문수리 중대마을 ㅣ빨치산들의 아픔을 간직한 대나무가 있는 마을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 3리 황태마을ㅣ하늘과 동업하는 마을
▶ 환경을 지키며 살아가는 고향마을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문희마을ㅣ세월이 멈춰 선 동강의 봄
경남 창녕군 이방면 안리 장재마을ㅣ태고의 신비가 살아 숨쉬는 수중수림
충남 서산시 대산읍 웅도리ㅣ바다 위의 소달구지 행렬
경기도 화성군 향남면 구문천 3리 산안마을ㅣ무소유를 실천하는 공동체 마을
경기도 화성군 우정면 국화리ㅣ바다에 떠 있는 한 송이 국화꽃 같은 섬
경북 예천군 용궁면 대은리 의성포마을ㅣ홍시처럼 탐스러운 강마을 인정
▶ 아름다운 비경이 있는 고향마을
제주 북제주군 우도면 천진리ㅣ유채꽃 빛에 물드는 해녀들의 고향
경기도 광주군 남종면 분원리, 귀여리, 검천리ㅣ물안개 피어나는 이 땅의 아침
전남 여천군 삼산면 덕촌리ㅣ동백꽃으로 붉게 물든 아름다운 섬마을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천리포마을 ㅣ아름다운 모래해변과 동화 속 정원
강원도 동해시 북평동 추암마을ㅣ함성 속에 싣는 기대
▶ 신비스런 기운이 감도는 고향마을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봉리 왕곡마을ㅣ전쟁과 화마가 비켜간 전통마을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설곡리ㅣUFO가 나타난 신비스런 마을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제전마을ㅣ1억 년 전, 공룡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
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리 왜목마을 ㅣ서쪽에서 해돋는 마을
강원도 영월군 서면 옹정리 선암마을ㅣ우리 나라 지형을 쏙 빼닮은 한반도 마을
▶ 아픔을 딛고 일어선 고향마을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삼포리ㅣ지금 그곳에는 파란 경이의 몸짓이 움트고 있다
부록ㅣ찾아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