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바다
구중관은 1943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났다. 1973년 중편소설 <청산학>으로 『세대』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데뷔한 그의 소설은 유년시절의 회상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유년시절의 회상에 대한 서술 시각은 그의 소설에서 극히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그의 소설의 주제는 모두 잃어버린 추억에 대한 향수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향수 속에 은밀하게 내재되어 있는 인간 본연의 동경과 그 동경을 무너뜨리는 거대한 힘과 질서를 극명하게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함부로 성장소설 내지 교양소설이라 단정짓기 어렵다. <유년의 시편>을 보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유년의 시편>은 설화적 상상력과 어린아이들의 시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심에 멍이 들게 한 것은 이념의 갈등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드러냄으로써 사뭇 긴장감을 유도한다.
그리고 그의 소설은 과거의 충실한 재현에 힘쓰면서도 전통에 깊이 있게 자각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그러한 과거의 아름다움을 깨뜨리는 것이 무엇인가를 예리하게 찍어내어 제시하여 깊은 충격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구중관의 의도가 단순한 것이 아니고, 본디 우리의 삶을 파멸시킨 근대 산업사회에 시위를 겨냥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고, 오늘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반성하게 한다.
구중관 소설의 독자성을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거니와, 그러한 독자성이 한낱 쓸모가 없는 소문을 소설적 장치에 끌어넣음으로써 서사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다는 것이 지적되어야겠다.
따라서 구중관 소설은 소문의 미학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여러 가지 의의를 지닌다. 또한 『양수리 블루스』에 실려 있는 짧은 소설들을 통해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조그마한 즐거움이나 위안이 되어'주길 원한다.
''콩트라거나 장편(掌篇), 엽편이라 불리는 가장 짧은 단편소설을 원두막이나 정자에 비유할 수 있겠다. 원두막과 정자는 벽이 없고 사방이 트여 있어 자연의 공기가 막힘 없이 소통된다. 외부의 자연과 차단되지 않고 동화되어 있다. 자체로서는 작은 공간이지만 사방의 드넓은 하늘이며 들판, 산이며 강이 모두 정원이 되어 가장 넓은 공간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에게 햇볕과 비를 피할 수 있게 해주는 쉼터이며, 이웃이 모여 앉아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안식처이며, 나그네에게 위안처가 되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