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세이를 쓰고, 또 그걸 읽는 이유는 무얼까? 아마 쳇바퀴 돌듯 굴러가는 일상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 싶은, 일종의 대리만족에 대한 욕구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하기에 어딜 갔더니, 뭐가 있더라 정도의, 맹숭맹숭한 글들에는 손이 잘 안간다. 그것이 여행지든, 사람이든 특별한 뭔가가 자신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은 몇 가지 면에서 도드라진다. 솔직히 여행지역이야 다른 책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약 15개월간 칠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세계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문화와 부딪치며 겪었던 생생한 경험담들을 전하고 있는 것. 그런데 그 전달 방식이 색다르다. 매 페이지마다 실린 저자의 독특한 색깔이 묻어나는 깔끔한 스케치, 친구의 여행일기 같은 친밀한 느낌의 글 등. 재주많은 친구녀석의 싸이월드 홈페이지에 놀러온 느낌이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