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라는 착각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관계는 시작된다. 부모와의 관계, 형제자매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초ㆍ중ㆍ고를 거쳐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든 연인이든, 관계는 끊임없이 함께한다. 그런 다양한 관계들 속에서 내가 원하지 않았던 관계들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어떤 관계는 상처와 아픔을 주고 삶의 트라우마로 남아 평생을 따라다니기도 한다.
우리는 늘 ‘좋은’ 관계만을 바라지만, 과연 좋은 관계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처음에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마냥 행복한 관계였지만, 어느 순간 그 관계 속에서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누군가가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대등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한쪽으로 치우친 관계의 경험은 깊은 혼란과 상처의 후유증을 남긴다.
《운명이라는 착각》은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 시작과 피해, 문제들에 대해 다루며, 그 고통 속에서 받은 상처와 아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흔히들 알고 있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심리 조종자, 정서적 학대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유사한 패턴을 보이는 그들을 포괄적 개념인 나르시시스트를 정의하고, 그들이 보이는 특정 행동 및 심리적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운명과 친절의 가면의 속 그들의 진짜 모습을 들춰내어 그들의 마수에 걸려들지 않고, 혹여 그들과의 관계에 엮여 있더라도 벗어나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나르시시스트는 공감 능력과 따뜻함을 가진, 지극히 좋은 사람, 긍정적인 사람에게 접근하여, 통제하고 가두며 조종하려 애쓴다고 밝힌다. 따뜻한 인간미는 그들이 가지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더욱 나르시시스트에게는 매력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좋은 사람이 좋은 관계를 지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일수록 쉽게 그들을 공감한다. 잘못은 무례한 그들인 나르시시스트에게 있다.
지금 관계로 인해 괴롭거나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으로 더 이상 방향 감각 없이 헤매지 말고, 그 고통의 의미를 이해하며 객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되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