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서 세종과 함께 찾는 조선의 정체성
숭례문 복원으로 본 세종 시대 건축의 의미
- 국가를 알려면 그 국가가 관리하는 건축물을 먼저 보라
관리 소홀로 불타버린 숭례문 복원 완료 시기가 눈앞에 다가왔다. 사건 당시, 미처 손 쓸 사이도 없이 타버린 숭례문의 모습에 안타까워했던 사람도 무척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상 건물의 화재 발생 상황을 대비한 최초의 매뉴얼을 만든 사람이 세종대왕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예전의 숭례문 모습. 오는 4월 복원을 마치고 일반에 공개된다. 우리 역사에서 최초의 소방기관은 세종 8년에 세워진 금화도감이다. 그런데 이 금화도감이 세워지기 3년 전에 만들어진 금화조선 이 역사에 등장하는 최초의 소방 매뉴얼이다. 여기에는 화재예방의 방법은 물론이고 화재 발생 시 전파 요령과 대처 요령, 인력 투입 등에 관해 상세히 적혀 있다. 심지어 근정전이나 숭례문 같은 높은 건물의 지붕에 화재가 날 경우를 대비하여 지붕에 신속하게 오를 수 있도록 건물에 쇠고리를 미리 비치해놓도록 하라는 세심한 지시까지 적혀 있어, 오늘날 숭례문의 모습을 보는 우리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게도 하고 있다.
이렇듯 조선 초기부터 건물의 화재예방에 신경을 기울였던 것은 당시 한양의 건축물들이 단순히 건물이 아닌, 일종의 상징물의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복궁과 숭례문을 포함한 서울 도성의 건물들은 저마다 조선 왕조 초기 통치의 이상인 유교적 이상사회의 원리에 따라 계획적으로 지어졌다. 굳이 세종 시대에 금화도감을 설치하게 된 까닭도 분명하다. 건축물을 통한 이상 사회의 구현이라는 원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또 가장 많이 시도한 사람이 다름 아닌 세종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들의 말에 따르면 ‘조선에 대해 알려면 경복궁을, 경복궁에 대해 알려면 세종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경복궁을 둘러보는 제일 좋은 방법은 그곳의 주인인 세종의 시선으로 둘러보는 것이다.
이 책, 〈조선의 정체성〉은 경복궁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세종대왕의 하루하루를 통해 조선의 정체성과 역사를 재구성해내는 역사 스토리텔링서이자 궁궐안내서이다. 기존의 궁궐 관련 서적이 단순히 전각의 유래를 설명하거나 궁중 내 큰 사건을 나열하며 건축학적 해석을 곁들이는 데 그쳤다면 이 책은 말 그대로 ‘세종의 입장이 되어’ 경복궁 건물을 산책하듯 거니는 구조로 구성된 국내 최초의 책이다. 기본적인 경복궁의 답사 코스인 근정전까지의 코스는 1장과 2장에서 서술하며, 각 장마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풍부한 참고자료, 심지어는 드라마의 한 장면까지 인용하여 다채롭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한글 창제의 고민을 따라 걷기’, ‘세종 르네상스로 불리는 찬란한 문화를 보며 걷기’, ‘세종이 이룬 세계최초의 업적을 찾아 걷기’ 등 테마에 맞춘 구성에 따라 책을 들고 경복궁을 천천히 거닐다보면 어느새 세종에 대해, 경복궁에 대해, 무엇보다 세종이 경복궁을 통해 구현하려 한 ‘조선의 정체성’에 대해 누구보다 자세히 알게 될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풍부한 참고자료, 심지어는 드라마의 한 장면까지 인용하여 다채롭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한글 창제의 고민을 따라 걷기’, ‘세종 르네상스로 불리는 찬란한 문화를 보며 걷기’, ‘세종이 이룬 세계최초의 업적을 찾아 걷기’ 등 테마에 맞춘 구성에 따라 책을 들고 경복궁을 천천히 거닐다보면 어느새 세종에 대해, 경복궁에 대해, 무엇보다 세종이 경복궁을 통해 구현하려 한 ‘조선의 정체성’에 대해 누구보다 자세히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