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문답
“그림이 시대의 정신을 담을 수 있을까?”
“필묵이 나라의 지향을 밝힐 수 있을까?”
조선의 화계畵界, 궁극의 시대 지성과 감성이 창조한 조선회화실록
그림으로 시대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림으로 조선 문화 지형도를 완성해볼 수 있을까? 미술이 문학, 역사와 만나는 지점에 관심이 깊은 저자 이종수는 《그림문답》에서 작품의 감상 수준을 뛰어넘어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그림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추적한다. 건국의 꿈으로 뒤척이던 세종 시대, 이념과 권력을 따라 모이고 또 흩어졌던 16세기 사림의 시대, 붕당의 혼란 속에 진지하게 자아를 돌아보았던 숙종 시대, 진경의 절정에서 일상의 풍경을 발견해낸 정조 시대, 문자향의 바람을 뚫고 새로운 미감을 이야기한 19세기, 그리고 사라져가는 전통을 회고하고 연민하는 고종 시대까지…. 당대의 물음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시대의 정신과 지향을 그림으로 답한 화가들과 교감하고 해석과 상상을 넘나들어 조선 500년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조선 500년을 관통하는 시대의 큰 흐름을 포착하여 각 시대의 대표적인 물음을 꿈-이념-자아-풍경-미감-회고 순으로 정의했다. 조선 기록문화의 큰 축을 담당했던 도화서 화원에서부터 문인화가는 물론 그들과 함께 시대의 이상과 운명을 논쟁했던 조선 지식인들의 뜨거운 고뇌와 아름다운 창작의 순간이 오롯이 역사가 되는 현장을 재현했다. 그림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시도했던 조선 지식인들의 이상과 운명을 그림 밖으로 불러냈다. 《그림문답》은 새롭게 시도한 ‘회화적 조선사 읽기’다. 시대의 정신과 지향이 탄생시킨 대표 그림으로 조명한 또 하나의 걸작, ‘조선의 자화상’이다.
다시 말해,《그림문답》은 화가의 시점을 중심에 두고 풀어간 조선사 ‘이야기’다. 시대의 물음을 내면의 물음으로 받아들여 진지하게 답해나갔던 화가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기록했다. 당시의 기록을 충실히 따른 것은 물론, 충분치 못한 기록 사이는 연구 성과들로 복원하고, 복원조차 힘든 부분은 역사적 상상으로 채웠다.